‘벤치의 조조’… 한국축구 새 사령탑 핌 베어벡

  • 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히딩크와 함께2001년 1월 거스 히딩크 감독(가운데)과 함께 한국축구대표팀 코치로 부임할 당시의 핌 베어벡 감독(왼쪽). 오른쪽은 한국대표팀 기술조정관으로 일했던 얀 룰프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히딩크와 함께
2001년 1월 거스 히딩크 감독(가운데)과 함께 한국축구대표팀 코치로 부임할 당시의 핌 베어벡 감독(왼쪽). 오른쪽은 한국대표팀 기술조정관으로 일했던 얀 룰프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아드보와 더불어지난해 9월 딕 아드보카트 감독(왼쪽)이 부임하면서 한국축구대표팀 코치로 돌아온 핌 베어벡 감독(가운데). 오른쪽은 홍명보 코치.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아드보와 더불어
지난해 9월 딕 아드보카트 감독(왼쪽)이 부임하면서 한국축구대표팀 코치로 돌아온 핌 베어벡 감독(가운데). 오른쪽은 홍명보 코치.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감독은 바람이다. 허공을 밟고 가는 바람 같은 사람.

한국축구 신임 사령탑 핌 베어벡. 조조 같은 전술가.

한국의 4강의 신화와 16강의 좌절을 함께 겪은 사람.

실패해 본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던가.

우리는 믿는다. 그가 한국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을.》

핌 베어벡 한국축구국가대표팀 수석코치가 ‘내부 승진’ 케이스로 마침내 ‘태극전사호’의 선장이 됐다.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대한축구협회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26일 이영무 기술위원장의 신임 감독 발표 기자회견이 예정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베어벡 신임 감독 내정자와 발표 후 인터뷰할 수 있습니까”라는 몇몇 기자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그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와요?”라고 정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시작하자마자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베어벡 코치를 신임 감독에 임명했다”고 말한 뒤 속이 후련하다는 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Active Center▼
16강전 이탈리아-호주 득점 장면
히딩크 16강서 눈물…브라질 4번째 쇼타임
독일월드컵 16강전 스위스-우크라이나
독일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호주
16강전 포르투갈-네덜란드 득점 장면
16강전 잉글랜드-에콰도르 득점 장면
독일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네덜란드
독일월드컵 16강전 잉글랜드-에콰도르
16강전 아르헨티나-멕시코 득점 장면
16강전 독일-스웨덴 득점 장면
독일월드컵 16강전 아르헨티나-멕시코
독일월드컵 16강전 독일-스웨덴
그대들 덕에 우린 참 행복했습니다
밤새도록 우린 이렇게 하나가 됐다
대한민국 vs 스위스 득점 장면
프랑스 vs 토고 득점 장면
월드컵 G조 예선 대한민국-스위스
월드컵 G조 예선 프랑스-토고

축구협회가 이처럼 입에 자물쇠를 채운 까닭은 지난해 경질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후임 선정 과정에서 일부 언론의 앞선 보도에 호되게 당했기 때문.

신임 감독 선정 과정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임기는 2006 독일 월드컵 때까지였다. 여기에 옵션으로 이달 15일까지 향후 1년 계약을 더 연장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축구협회는 아드보카트 감독과 재계약에 실패할 것에 대비해 일찌감치 4월 26일부터 3차례 기술위원회를 열고 새 감독 찾기에 나섰다. 첫 회의의 안건은 국내 출신 감독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외국 감독을 영입할 것인지였다. 결론은 외국인 감독.

위원들은 영입 절차 등 제반 사항을 이 위원장에게 일임했고 그는 여기저기 안테나를 세우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15일 아드보카트 감독의 잔류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19일 대표팀이 묶고 있던 독일 베르기슈글라트바흐의 슐로스 벤스베르크호텔에서 이 위원장은 베어벡 코치에게 감독 수락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그렇다면 왜 베어벡 감독을 최종 선택했을까.

이 위원장은 “그가 전술력 분석력 지도력 등 모두 뛰어나지만 한국축구에 대해 그만큼 아는 감독을 찾을 수 없고 선수들의 신망이 두텁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머리 큰 선수들이 이처럼 인정하고 따르는 경우가 흔치않다는 것이 베어벡 코치가 감독으로 ‘승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는 것.

또 이 위원장은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당장 8월 16일부터 아시안컵 예선이 시작되고 내년에는 본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번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대부분 다시 뛰어야 한다. 새로운 지도자가 선수를 파악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아시안컵 성적이 베어벡 감독의 장수 여부를 판가름할 것은 분명하다. 그의 계약 기간이 2년이고 아드보카트 감독처럼 다른 옵션은 없기 때문이다. 베어벡 감독의 연봉 등은 관례상 발표되지 않았지만 “다른 감독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이 위원장의 발언에 비춰 보면 연간 10억 원 선일 것으로 보인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9개월 동안 숙박비 등을 포함해 7억2000만 원(연봉으로 따져 약 12억 원)을 받았고 거스 히딩크 감독은 10억 원 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핌 베어벡은 누구?

▽생년월일=1956년 3월 12일 ▽국적=네덜란드 ▽키=195cm ▽언어=네덜란드어 영어 독일어 ▽선수 경력=네덜란드 1부 리그 스파르트 로테르담(1974∼80년) ▽지도자 경력=네덜란드 페예노르트 감독(1989∼91년) 네덜란드 FC 흐로닝언 감독(1992∼93년) 일본 프로축구 2부 리그 NTT 오미야 감독(1998∼2000년) 한국대표팀 코치(2001년∼2002년 6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유소년팀 코치(2002년 7월∼2003년 5월)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 감독(2003년 7∼12월) 아랍에미리트대표팀 코치(2005년 7∼9월) 한국대표팀 코치(2005년 9월∼2006년 6월)

▼러키세븐? 베어벡 7번째 지휘봉▼

핌 베어벡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로는 7번째로 한국축구대표팀과 인연을 맺게 됐다.

한국축구대표팀 첫 외국인 코칭스태프는 독일 출신의 데트마어 크라머 감독이었다. 크라머 감독은 1990년 12월 축구대표팀의 총감독으로 부임해 한국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에 오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1년 3개월간 재직한 크라머 감독은 실질적으로 선수를 지도하지 않고 총감독으로서 선수들의 기술 향상과 전술을 전수하는 기술고문 역할을 했다.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직접 잡은 첫 외국인 지도자는 러시아 출신의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 그는 1994년 7월부터 6개월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그는 당시 정확한 패스와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세계 축구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러시아축구를 한국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7년 만에 한국축구대표팀을 맡은 외국인 지도자가 거스 히딩크 감독. 그는 2001년부터 1년 5개월간 한국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다.

히딩크 감독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4번째 외국인 지도자는 포르투갈 출신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그는 2003년 2월부터 1년 2개월간 한국대표팀을 맡으면서 2003년 10월 19일 베트남에 0-1로, 10월 21일 오만에 1-3으로 악몽의 연패를 하며 중도 사퇴됐다.

5번째 외국인 지도자인 요하네스 본프레러 감독도 신통치 않은 성적으로 중도에 해임당했다. 한국대표팀은 본프레러 재직 시절이던 2005년 3월 15일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첫판에서 0-2로 완패하는 등 천신만고 끝에 독일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이후 지난해 9월 한국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축구의 1차 목표였던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수석코치인 핌 베어벡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게 됐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스위스 vs 우크라이나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 vs 호주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 vs 네덜란드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잉글랜드 vs 에콰도르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아르헨티나 vs 멕시코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독일 vs 스웨덴
격투기를 방불케 한 포르투칼-네덜란드전
독일 찾은 축구스타들의 아내와 여자친구
독일, 잉글랜드 훌리건들 난동

▼베어벡호의 향후 일정은…▼

핌 베어벡 신임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의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될까.

베어벡 감독은 28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취임 일성을 밝힌 뒤 30일 네덜란드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예정. 그는 늦어도 내달 중순 이전에 돌아와 축구대표팀 구성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축구대표팀은 8월 16일 2007아시안컵축구 예선 대만과의 원정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가 베어벡 감독의 공식 데뷔전이다.

베어벡 감독은 대만전 이후 9월 2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아시안컵 예선 3차전을 치르고 4일 뒤에 곧바로 대만과 예선 4차전 홈경기를 치른다. 이어 10월 11일에는 시리아와 예선 5차전 홈경기, 11월 15일에는 이란으로 건너가 예선 6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월 열린 시리아와의 원정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해 1승을 기록 중이다. 아시안컵 본선은 내년 7월 7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에 앞서 12월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난 뒤 2007년 초반에는 뚜렷한 일정이 없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1차 예선에 맞춰 올림픽대표팀을 구성해 훈련에 돌입해야 한다. 올림픽 예선과 아시안컵 본선 등으로 베어벡 감독은 2년의 계약 기간에 여유 없이 바쁜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