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히딩크의 마술무대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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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호주 감독은 진정 기적을 만들어 내는 사나이였다. 12일(한국 시간) 오후 11시 40분경. 독일 동부의 작은 도시 카이저슬라우테른의 프리츠발터슈타디온. 2006 독일 월드컵 F조 일본-호주의 경기가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호주 기자들 사이에서 ‘와∼’ 하는 함성과 함께 ‘팀 케이힐∼’이라는 환호가 터졌다. 케이힐이 후반 39분 기적 같은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호주 역사상 월드컵 본선 첫 골.

그리고 히딩크 감독의 마법은 단 8분 만에 완성됐다. 5분 후 케이힐의 추가골, 인저리타임 때 존 알로이지의 쐐기골까지…. 히딩크 감독은 호주축구의 월드컵 첫 골과 첫 승리를 기막힌 역전극으로 연출해 냈다.

한국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 무엇이 그의 신화를 다시 쓰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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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고, 짜릿한 골장면
[신연호]“토고전 전술변화 돋보였다”
월드컵 G조 예선 대한민국-토고
월드컵 E조 예선 이탈리아-가나
월드컵 E조 예선 체코-미국
월드컵 F조 예선 일본-호주
월드컵 D조 예선 포르투갈-앙골라
월드컵 D조 예선 멕시코-이란
월드컵 C조 예선 네덜란드-세르비아몬테네그로
월드컵 C조 예선 아르헨티나-코트디부아르
호주-일본, 주요 득점 장면
체코-미국, 주요 득점 장면
이탈리아-가나, 주요 득점 장면

○ 축구는 체력, 파워프로그램에 건다

호주가 일본을 누른 것은 체력의 승리였다. 지난달 중순 소집한 이후 단 3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히딩크 감독은 호주축구대표팀의 체력훈련에 집중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태극전사들에게 실시한 공포의 ‘파워 프로그램’을 단기간에 적용한 것이다.

3주간 호주 대표팀을 동행 취재한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카를로스 몬테이로 기자는 “선수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히딩크 감독은 혹독하게 체력훈련을 시켰다”고 전했다. 몬테이로 기자는 “하지만 불평하는 선수는 없었다. 선수들은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뛰는 것 자체를 기뻐했다”며 “히딩크는 선수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고 전했다.

○ 심리전에서 기선을 잡는다

히딩크 감독은 고도의 심리전의 대가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도 결코 그냥 내뱉지 않는다. 모두가 치밀한 전략 아래에서 나온다.

그는 경기 전에도 일본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상대방을 흥분하게 하더니 실전에서도 일본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몸싸움과 제공권을 최대한 살려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소 과장된 제스처로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상대 벤치와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 코치진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자 지쿠 감독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것은 그대로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나타났다. 일본 선수들이 움직임이 둔해진 반면 호주 선수들은 오히려 몸의 움직임이 가벼워졌다.

○ 말 한마디도 전략이다

히딩크 감독의 입담은 경기 전부터 일본과의 긴장감을 불러왔다. 일본축구협회의 가와부치 사부로 회장은 “호주는 더티한 파울을 많이 하는 팀이다. 그들은 주로 상대방의 발목을 목표로 한다”며 호주의 거친 수비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다른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심판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공정하지 않은 것이며 스포츠맨으로서 언급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라고 응수했다.

○ 한국 사랑은 계속된다

이날 프리츠발터슈타디온에는 한국 팬도 상당수 찾았다. 히딩크 감독의 초상화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와 호주를 응원하는 여성 팬도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인들이 오늘 경기를 보고 한국의 명예시민인 당신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는 한국 취재진의 말에 “나도 한국의 명예시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한국인들은 오늘 경기를 보고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 첫 승리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딩크의 마법’이 빛을 발한 호주 vs 일본전 주요장면
믿기지 않는 1-3 역전패…침묵에 빠진 일본열도
“이겼다”…기적같은 역전승에 기뻐하는 호주

카이저슬라우테른=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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