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는 1시간 동안 정상에 머문 뒤 셰르파인 세랍장부(37) 씨와 단둘이 루트 개척이 전혀 안 된 네팔 쪽 동남릉으로 넘어갔다. 박 씨는 12일 새벽까지 해발 8000m 사우스콜까지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과 발가락을 동상으로 잃을 수 있는 체감온도 40도 이하의 고소에서 텐트 없이 지내는 비박을 감당해야 한다.
박 씨의 횡단 성공 여부는 12일 오후 다른 원정대들이 네팔 쪽에 구축해 놓은 캠프1(해발 6000m)까지의 진출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박 씨가 등반대장을 맡은 에베레스트 횡단 원정대(후원 동아일보 LIG손해보험 노스페이스 동국대)는 4월 10일 중국 티베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100m)에 입성한 뒤 원정에 나선 세계 각국의 20개 팀 중 가장 먼저 루트 개척에 성공해 이날 정상 공격에 나설 수 있었다. 박 씨를 비롯한 5명의 원정대원과 4명의 셰르파는 11일 오전 3시 45분 해발 8300m 최종캠프를 출발했다. 영하 30도의 추위에 초속 12m의 강풍이 몰아쳤지만 철저히 준비한 대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종캠프에서 11∼12시간 걸리는 게 일반적인 운행 속도이지만 히말라야 8000m급 고봉의 정상을 7개째 오르는 오희준(36·노스페이스 알파인팀) 등반 부대장과 8000m급 8봉 등정자인 세랍장부 씨는 9시간 5분 만인 낮 12시 50분경 정상에 도착했다.
박 씨는 히말라야 고산 초행길인 이형모(27·관동대 산악부 OB) 대원을 보살피느라 11시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박 씨는 원정 출발 전 만난 희귀병을 앓고 있는 24명의 어린이가 소망을 적은 깃발을 정상에 묻었다. 박 씨는 “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는 물론 부모님들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세계에서 16번째로 지구 3극점(남극점, 북극점, 에베레스트) 도달에 성공한 오 부대장과 이형모 대원, 중도에서 등정을 포기한 오영훈 김영미 대원 등은 8300m 최종캠프로 안전하게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박 씨와 세랍장부 씨는 네팔 쪽 베이스캠프를 거쳐 루클라에서 항공편으로 카트만두에 들어갈 예정이고 나머지 대원들은 장무에서 네팔 국경을 넘는다.
원정대는 박 씨의 귀환 여부가 알려지는 12일부터 캠프 철수를 시작해 17일 네팔로 넘어와 20일경 귀국할 예정이다.
에베레스트=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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