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하늘 울려퍼진 “대한야구 만세”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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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충주성심학교의 청각장애인 야구부원과 학생들이 16일 한국의 승리로 끝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있다. 충주=전영한 기자
충북 충주시 충주성심학교의 청각장애인 야구부원과 학생들이 16일 한국의 승리로 끝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있다. 충주=전영한 기자
“일본 열도가 태평양 건너에서 산산조각 났다.”

16일 낮 한반도는 열기로 가득했다. 그것은 흥분이요, 감격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하자 시민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한국 대표팀이 일본을 도쿄(東京)에서 꺾은 데 이어 2 대 1로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두자 시민들은 “오만한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고 기뻐했다.

이날 기차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 설치된 대형 TV 앞은 경기 시작 전부터 모여든 시민들로 북적였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7회까지 0점 행진이 이어지자 숨죽여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8회 이종범 선수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는 순간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서울역에서 경기를 본 최태현(41) 씨는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을 못 이기게 해 주겠다’고 큰소리친 이치로 선수의 얼굴을 보고 싶다”면서 “이제 일본은 한국의 적수가 못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9회 말 투수 오승환 선수가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순간 대학 캠퍼스와 병실에서도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중앙대 부속병원 1층 로비에서 TV 중계를 보던 환자 백모(43) 씨는 “아픈 것도 다 잊을 만큼 속이 후련하다”며 “반드시 한국이 전승으로 우승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야구팀으로 잘 알려진 충북 충주시 성심학교 야구부 학생들도 학교 대강당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성심학교 야구부 주장 김정식(18) 군은 “일본에 졌으면 아마 울어버렸을 것 같다”며 “한국야구대표팀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이 세계 최강 미국과 일본을 연이어 꺾자 야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각종 야구 용품과 야구 관련 잡지 등의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 이근식(李根植) 제2정조위원장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병역특례를 국방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17일 국방부와 당정협의를 하고 이 문제를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에게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한류 스타에 대한 병역특례도 국민적 동의가 형성된다면 스포츠 스타와 같은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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