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장애 김진호군 체코 수영선수권대회 세계新

  • 입력 200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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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배영 남자 200m에서 2분 24초 49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김진호 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배영 남자 200m에서 2분 24초 49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김진호 군.
“금메달이에요, 금메달!”

수영계의 ‘말아톤’ ‘포레스트 검프’ 등으로 불리는 정신지체 2급 자폐 장애인 김진호(金珍鎬·19·부산체육고 2년) 군이 드디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군은 9일(한국 시간) 체코의 리베레츠 시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배영 200m 경기에서 2분 24초 49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경기 안양시 평촌동 오피스텔에서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김 군의 아버지 김기복(金基復·46·의사) 씨는 이날 오전 2시 반경 전화로 아내 유현경(柳賢璟·45) 씨의 울먹이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진호가 금메달 땄어요….”

김 군은 종전 장애인 세계기록(2분 28초 05)을 3초 이상 단축했다. 대회 첫날인 7일 배영 100m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김 씨 부부는 김 군이 세 살 때 자폐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망연자실했다. 아들과 함께 자살하려고 아파트 베란다를 서성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폐증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들의 회복 가능성을 믿고 힘든 여정을 시작했다.

김 씨 부부는 김 군의 수영 소질을 발견하고 다섯 살 때부터 수영을 가르쳤다.

김 군이 크면서 힘든 일이 하나 둘 다가왔다. 김 군이 들어간 초등학교는 입학 42일 만에 도저히 가르칠 수 없다며 김 군의 자퇴를 권유했다. 유 씨는 김 군을 1년 가까이 산과 들로 데리고 다니며 팬티바람으로 마음껏 뛰놀도록 했다. 자연과 호흡하면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소문 끝에 장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기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로 김 군을 전학시켰고 수원북중에 수영 특기생으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체육고가 김 군의 입학을 거부하자 이 부부는 전국 체육고를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해 결국 부산체육고에서 입학 허가를 받아냈다.

김 군은 각종 장애인대회에서 메달을 땄고 올 4월에 열린 동아일보 주최 동아수영대회에서 배영 200m 부문 한국신기록(2분 23초)도 작성했다. 김 씨는 “금메달은 끝이 아니라 혼자 독립해 사는 연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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