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SH공사의 이중 플레이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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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산실’ SH공사 여자마라톤 팀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SH공사는 최근 ‘선수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1996년 창단 때부터 팀을 이끌어 온 최선근 감독을 전격 해임했다. 10월 낮은 급여와 열악한 지원에 반발해 “이적시켜 달라”며 팀을 떠난 정윤희(21) 등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이유.

이에 맏언니 윤선숙(32) 배해진(25) 막내 김은정(20)까지 “하루 30여 km씩 달리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선수들이 직접 밥까지 지어 먹어야 하는 현실이 왜 감독에게 책임이 있느냐”며 이적을 요구하고 나섰다. 총 4명으로 이뤄진 SH공사 팀의 모든 선수가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

SH공사 측은 “공기업의 입장에서 선수들에게 최대한의 대우를 해주려고 했지만 선수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좀 유명해졌다고 해서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간다면 우리 같은 팀은 존재 이유가 없다”며 이적동의서를 써주지 않겠다는 입장.

그러면서도 SH공사는 9일 은퇴를 앞둔 윤선숙에겐 인심 쓰듯 이적동의서를 써줬다. 풀코스 2시간 30분 50초 기록으로 현역 국내 랭킹 3위인 정윤희와 1시간 12분 13초의 한국 하프기록 보유자인 배해진, 김은정 등 젊은 선수들만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

1996년 서울도시개발공사 창단 때부터 팀을 지키며 동아마라톤을 비롯해 8개 대회에서 우승했던 윤선숙은 “뛰어난 후배들이 팀을 잘못 만나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공기업인 SH공사의 전근대적인 팀 운영과 “팀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며 팔짱만 끼고 있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의 무관심이 젊은 선수들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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