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오디세이]외딴 시골마을에 노을이 지다

  • 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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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의 혼이 녹아 있는 땅 펠로폰네소스 반도(독립운동의 발흥지). 그 북쪽 허리에 박힌 고도(古都) 아르고스에서 트리폴리를 거쳐 올림피아로 가는 길은 운치가 그만이다.

‘목가적’이란 표현은 이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길을 따라가면 굴곡이 심해 절벽을 자주 만나곤 하는데 그걸 배경 삼아 서 있는 정교회는 별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깎아지른 벼랑을 오르는가 싶다가도 곧 내리막길을 달리는 버스는 가끔 양떼를 만나 멈춰 서기도 한다.

그리스 시외버스는 산 속에 박힌 외딴 마을까지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처음에는 이런 줄을 몰라 승객들이 한꺼번에 내리는 순간 이제부터는 자리가 좀 한가해지겠구나 생각했다.

주위에 이렇다 할 마을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다음부터 버스는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고도도 점점 높아졌다. 10여 분쯤 흘렀을까. 어느 마을 앞에 멈춰 섰다. 몇 가구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인데도 교회당이 있고 또 깨끗했다. 주민들은 운전사에게 엷은 웃음을 보내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리스 시골은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차는 거기서 방향을 틀어 달려온 길을 되돌아 나왔다. 조금 전 내렸던 승객들이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가 다시 버스에 올랐다. 그들은 그 시간을 이용하여 요기도 하고 볼일도 보았던 것이다.

그러다 지도에 나오지도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을 지났다. 산비탈을 등지고 있어 멀리서도 보였는데 그 광경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가까이 다가가자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계곡에는 숲이 울창해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때 붉게 타오르는 석양까지 가세했으니 더 이상의 미사여구가 필요하겠는가. 자연 속의 정원을 방불케 하는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가로질러 이른 곳은 올림픽의 도시 올림피아.

그리스 여행을 꿈꾸는 자여! 에게 바다에서의 항해만 생각할 게 아니라 버스를 이용한 육로 여행에도 도전해 보라. 분명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테니.

권삼윤 역사여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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