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금메달 유혹에 빠진 ‘도핑 올림픽’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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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 온 2004 아테네 올림픽이 대회 전 내걸었던 ‘올림픽정신 부활’이라는 기치와는 달리 ‘약물 올림픽’으로 치닫고 있다.

대회 개막 하루 전 약물검사를 피하려고 교통사고를 가장해 병원에 입원했던 그리스의 육상 영웅 코스타디노스 케데리스가 불러온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잇따르는 약물 적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5일 육상 남자 원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딴 로베르트 파제카스(헝가리)가 “소변 샘플 제출을 거부했다”며 메달을 박탈했다.

이에 앞서 육상 여자 포환던지기 금메달리스트 이리나 코르차넨코(러시아)와 역도 62kg급에서 동메달을 딴 레오니다스 삼파니스(그리스)도 경기 직후 실시한 검사에서 약물 복용이 적발돼 메달을 박탈당했다. 또 육상 여자 세단뛰기 금메달리스트 프랑수아 에토네 음방고(카메룬)도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개막 전 약물 복용 적발로 경기에 출전조차 하지 못한 선수도 12명이나 된다.

이들을 포함해 대회 폐막 5일을 앞둔 25일까지 금지약물 복용으로 적발된 선수는 23명. 대회 개막 후 적발된 11명 중에는 8명이 약물 양성반응을 보였고 3명이 검사를 회피하는 등 약물 규정을 위반했다. 종목별로는 역도가 10명으로 가장 많다. 대회 개막 후 지금까지 2015건의 약물검사가 이뤄졌고 앞으로 985건의 검사가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약물 복용 선수가 가장 많이 적발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시드니대회 때는 대회기간 중 11명을 포함해 총 28명이 적발됐으며 4명의 메달이 박탈됐다.

▽IOC의 근절 의지

이번 대회를 앞두고 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약물 추방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대회 전 “약물 복용은 스포츠를 망치는 행위이며 테러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할 공적”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IOC는 지난 대회까지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에 한해서만 하던 혈액검사를 이번 대회에서는 전 종목으로 확대했다.

약물 반응검사의 종류도 지난 대회보다 25% 정도 많은 3000여가지로 늘리고 모든 종목의 상위 4위 입상자까지는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 WADA로부터 무작위 약물검사를 요구받은 선수가 1시간 내에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출전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도 시행됐다.

▽금지 약물은?

IOC가 사용을 금지한 약물은 펩타이드 호르몬제, 근육강화제, 흥분제, 진통제, 이뇨제 등으로 분류된다. 펩타이드 호르몬제는 각종 호르몬을 과다 분비시킴으로써 신체 기능을 증진시키는 약제로 장기 복용하면 두통 고혈압 우울증 이상피로와 호흡곤란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근육강화제는 근육과 근력을 발달시키지만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간 기능 장애와 공격적 성향을 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흥분제는 피로를 줄여주고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데 감기약에도 포함돼 있어 선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복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흔히 ‘대포 주사’로 알려진 진통제는 소염작용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관절 약화를 초래한다. 이뇨제는 체급 종목 선수가 사용하는 약제로 소변을 비롯한 체내의 수분을 강제로 빼내게 하는데 심장마비와 고혈압의 위험이 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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