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동포는 동포… 경기는 경기”

  • 입력 2004년 8월 19일 0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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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펼쳐진 첫 남북 대결은 더 이상 ‘남북화합의 장’만은 아니었다.

18일 그리스 아테네의 갈라치 올림픽홀에서 열린 탁구 여자복식 8강전. 한국의 석은미(대한항공)-이은실(삼성생명) 조가 북한의 김현희-김향미 조를 4-2로 꺾고 4강에 올라 김경아(대한항공)-김복래(한국마사회) 조와 결승 길목에서 맞붙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은메달을 확보해 88 서울올림픽 당시 현정화-양영자 조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게 됐다.

경기시작 전까지 “경기 잘하라우” “언니도 잘하세요”라며 화기애애했던 남과 북은 테이블에 맞서는 순간 싸늘하게 바뀌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볼 하나하나에 함성과 탄성이 교차했다. 스탠드에서도 김-김 조가 뒤지자 북측에선 “심신을 다하라. 뭐하는 기야”라고 불만을 쏟아냈고 남측에선 “석은미 이은실 파이팅”을 외쳤다.

승부가 결정된 뒤엔 더욱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북한 김형일 감독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기분 나쁘니까 자꾸 골치지 마라우”라며 사라졌고 김현희와 김향미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북한의 한 임원도 “말시키지 마라우. 나중에 얘기합시다”라며 경기장을 급히 떴다.

한국이 이날 북한을 꺾은 것은 철저한 분석과 땀방울의 결과. 6월 싱가포르오픈 16강에서 김현희-김향미조에게 3-4로 진 뒤 북한 팀에 대한 비디오분석을 하는 한편 하루 7시간이 넘는 강훈련에 매달렸다. 올림픽 여자복식의 고비는 8강에서 만날 북한이라고 내다본 것. 이로써 역대 석-이조와 김-김 조의 맞대결에서도 석-이조가 3전2승1무로 우위를 지켰다.

이은실은 “이겨서 너무 좋다. 열심히 땀 흘린 대가를 받아 기쁘다”라며 울먹였고 석은미도 “힘든 과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이겨 메달권에 오르니 너무 좋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정화 대표팀 코치는 “2개월 전 싱가포르오픈에서 패배한 것이 좋은 약이 됐다. 그 이후 북한은 자만했고 우린 그에 자극받아 더욱 분발했다. 이번에 금메달을 꼭 획득해 그동안 침체된 한국 여자탁구가 다시 세계무대를 향해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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