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이원희 선수 가족들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

  • 입력 2004년 8월 17일 01시 46분


“멀리 떨어져 앉아 있지만 늘 함께 경기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 나가 줄담배를 피웠다. 어머니와 누나는 손을 맞잡고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그런 가족의 염원을 누구보다도 이원희(한국마사회)는 잘 알고 있었고 마침내 금메달로 보답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유도 73kg급 결승전이 열린 16일 아테네 아노리오시아홀에는 이원희의 아버지 이상태(58), 어머니 이상옥씨(58)와 누나 이현주씨(24)가 경기장을 찾아 원정 응원을 했다.

이원희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12일 서울에서 아테네까지 먼 길을 찾아온 것.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며 “이원희 이원희”를 외친 이들은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서로 얼싸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 이상옥씨는 “이틀 전 처음 만났을 때 원희에게 컨디션 조절 잘하고 냉정하게 갖고 있는 기량만 100% 발휘하라고 했는데 정말 잘했다”며 활짝 웃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호신용으로 이원희에게 처음 유도를 권유한 아버지 이상태씨도 “큰 대회를 앞두고 긴장할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연년생으로 유달리 가까운 누나 이현주씨는 “원희를 자주 마사지해 준 보람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들 가족은 40일 동안 철야 기도를 하며 이원희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원희가 66kg급으로 뛸 때 늘 감량 때문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했다는 어머니는 “운동 때문에 늘 묶여 있던 원희를 보며 안쓰러웠다. 앞으로는 한동안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1동 이원희의 집에서도 함성이 터졌다.

TV를 통해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조부모 등 일가족 20여명은 이원희가 우승하는 순간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원희의 작은아버지 이성철씨(45)는 “회를 거듭해가며 승승장구하는 원희 모습을 보고 ‘몸이 제대로 풀렸구나’ 싶어 마음을 놓았는데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줘 더욱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할아버지 이갑용씨(81)는 “장손 원희는 어릴 때부터 유도의 길만 열심히, 성실하게 걸어왔다”고 회상했다. 이원희 혼자가 아닌 온 가족의 승리였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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