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넋나간 드림팀…16년만에 패배

  • 입력 2004년 8월 16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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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국 남자농구 드림팀이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무너졌다.

3점슛은 던지는 족족 림을 벗어났고 엉성한 팀플레이로 번번이 볼을 빼앗기기 일쑤. 화려한 개인기를 기대하던 1만1560명 관중은 어이없는 그들의 모습에 실망하며 야유를 보냈다.

16일 헬레니코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의 남자농구 B조 예선. 경기에 앞서 농담을 나누며 몸을 푸는 드림팀 선수들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예선쯤이야 가볍게 이길 수 있다는 표정.

그럴 만 했다. 테러 위협으로 주요 선수들이 빠져 역대 드림팀 가운데 최약체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12명 전원이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스타군단.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팀 던컨(샌안토니오 스퍼스) 등이 포함된 가운데 평균연봉만도 681만달러(약 81억7000만원). 미국 선수단 가운데 유일하게 올림픽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고 하루 방값만 1000유로(약 140만원)를 웃도는 세계 최대의 호화여객선 퀸 매리 2호에 머물며 전담 경호원까지 대동한 그들이다.

하지만 우승은 아무 문제없다던 드림팀의 자존심은 경기 시작과 함께 여지없이 깨졌다. 1쿼터를 20-21로 뒤진 채 끝내더니 최근 13개월 동안 5전 전승을 거뒀던 푸에르토리코의 변칙 지역방어에 묶여 전반전 22점차까지 뒤졌다. 결국 1쿼터 초반 이후 단 한차례도 앞서지 못한 채 73-92로 대패.

NBA 출신 선수들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24연승 행진을 멈추는 순간이었다. 올림픽에서 109승을 올리는 동안 2패만을 했던 최강 미국 남자농구가 88서울올림픽 4강전에서 소련에게 패한 뒤 16년 만에 맛보는 치욕. 래리 브라운 미국 감독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고 믿을 수가 없다”고 허탈해했다.

한달 남짓의 짧은 훈련 기간에 모래알 조직력을 드러낸 데다 선수 평균 연령이 23.6세로 경험도 부족했던 게 드림팀의 패인. 이날 3점슛 성공률은 고작 13%.

반면 그리스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푸에르토리코 선수들은 ‘대어’를 낚은 뒤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국기까지 펄럭이며 기쁨을 함께 했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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