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마라톤 동반우승” 이봉주-이은정 횡계서 맹훈련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19분


코멘트
8월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에서 사상 첫 금메달 도전에 나선 ‘한국 여자마라톤의 희망’ 이은정. 횡계=안철민기자
8월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에서 사상 첫 금메달 도전에 나선 ‘한국 여자마라톤의 희망’ 이은정. 횡계=안철민기자
‘봉봉남매’.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 남녀마라톤에서 우승했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와 ‘북한 마라톤 영웅’ 함봉실을 부르는 애칭이다. 두 선수는 당시 동반 우승으로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각광받았다. 우승 뒤 인터뷰에서 “함봉실선수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나도 꼭 우승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힐 만큼 남북동반 우승의 감동은 이봉주의 마라톤 인생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

8월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이달 초부터 40일간의 지구력강화훈련에 여념이 없는 이봉주(34·삼성전자)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횡계를 찾은 지난 15일.

이봉주는 2004서울국제마라톤 우승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 여자마라톤의 희망 이은정(23·충남도청)과 동반 훈련에 나섰다. 그리고 기자에게 “이번에는 ‘태극남매가 일낸다’고 대문짝만하게 써달라”며 웃었다.

이날 두 선수가 함께 발을 맞춘 곳은 휴장일을 맞아 코스내 도로를 훈련장으로 개방한 용평리조트 버치힐골프장. 산악골프장답게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배치된 카트 도로를 따라 90분 동안 ‘표고차 훈련’을 하는 동안 두 선수는 오누이처럼 금세 친해졌다.

“알고 보니 은정이가 고향 후배(이봉주 천안, 이은정 서산)네유”.

온 몸은 물론 얼굴까지 땀으로 범벅이 돼 번들거렸지만 동반 우승의 이유를 또 하나 추가했다는 듯 이봉주의 표정은 밝았다.

올해 34살. 기울만도 하지만 이봉주는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었다. 11살이나 어린 이은정이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도 이봉주는 90분을 계속해서 뛴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표정에 변화가 없다.

“오르막에선 무릎을 더 끌어올려 균형을 유지하면서 간결한 주법을 펼쳐야 힘이 덜 들어”.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하늘같은 선배의 충고를 새겨듣는 이은정의 표정도 진지하다.

이은정은 올림픽은 물론 해외 풀코스 도전이 처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하자 이봉주의 충고가 걸작이다. “뭘 모를 땐 다른 거 없어. 그저 죽기 살기로 뛰는게 최고야. 은메달을 딴 애틀랜타올림픽 때 나도 그랬어”.

사실 이 말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 3번째 올림픽 도전이자 마지막이 될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월계관을 쓰고 영광스럽게 은퇴하겠다는 것이 이봉주의 각오.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동갑내기 부인 김미순씨가 둘째를 가진 것. 임신 3개월째. 부산아시아경기대회때도 부인이 임신 7개월인 상태에서 우승해 이봉주는 이번에도 예감이 좋다. 태어날 둘째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하는 것이 이봉주의 소망.

“우리 꼭 함께 우승하자구”

“그래요 선배님. (1주일 먼저 열리는 여자마라톤에서)제 우승 소식을 듣고 힘을 내셔서 반드시 월계관의 주인공이 되세요”.

이봉주는 횡계훈련을 마친 뒤 다음달 중순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이동해 훈련을 가진 뒤 8월 초 아테네에 입성, 현지적응훈련에 들어간다.

또 지난달까지 강원도 태백에서 근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했던 이은정은 8월초까지 횡계에서 본격적인 거리훈련을 실시한 뒤 역시 8월 초 아테네로 이동할 예정이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횡계=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