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5일만에 "넘겼다"

  • 입력 2004년 6월 16일 0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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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야.’ 이승엽(롯데)이 15일 니혼햄전 7회에 방망이를 힘차게 돌려 왼쪽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지바=교도 연합
‘오랫만이야.’ 이승엽(롯데)이 15일 니혼햄전 7회에 방망이를 힘차게 돌려 왼쪽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지바=교도 연합
슬럼프 탈출을 알리는 후련한 한 방이었다. 지바 롯데 마린스가 니혼햄 파이터스에 0-5로 뒤진 7회 말.

롯데의 ‘라이언 킹’ 이승엽(28·사진)이 선두 타자로 나섰다. 앞선 두 차례 타석에서 잇달아 범타에 그쳐 어깨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니혼햄의 바뀐 투수 이바에게 볼카운트는 오히려 2스트라이크 노볼까지 몰렸다. 더 이상 물러날 수는 없는 상황. 파울 하나를 걷어낸 뒤 4구째 130km짜리 포크볼이 가운데 높게 들어왔다. 이때였다. 이승엽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고 “딱”하는 소리와 함께 공은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110m짜리 아치를 그리며 오랜 침묵을 깨는 순간이었다.

이승엽이 15일 일본 지바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홈게임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짜릿한 시즌 6호 홈런을 때렸다.

지난달 1일 세이부 라이온스전 이후 무려 45일 15경기 만에 홈런 갈증을 풀었다. 특히 일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밀어치기 홈런을 기록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즌 23타점 19득점.

5타수 1안타로 시즌 타율 0.230을 기록한 이승엽은 “오랜만에 홈런을 쳤지만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을 못살려 아쉽다”면서 “경기 전 감독의 주문대로 밀어치는 데 주력했던 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지난달 11일 생애 처음으로 2군으로 밀려나는 아픔을 겪은 뒤 4일 희망 속에 1군에 복귀했지만 3경기 연속 무안타 등으로 부진했다.

이날도 이승엽은 경기에 앞서 타격 훈련을 마친 뒤 뭔가 잘 풀리지 않는 듯 더그아웃에서 방망이로 휴지통을 찌그러뜨렸다. 불편한 속내만큼이나 타격도 답답하기만 했다. 2회 첫 타석 때는 1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4회에는 유격수 뜬공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부활의 대포 한 방으로 아시아 최고 홈런 타자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승엽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살린 롯데는 7회 4점을 보태 1점차까지 바짝 쫓았다.

이승엽은 타자일순으로 맞은 7회 4번째 타석에서 2사 만루의 기회를 헛스윙 삼진으로 날린 데 이어 9회 2사 1루 상황에서 다시 삼진을 당해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가 4-5로 패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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