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매니아칼럼]박찬호, 눈물의 94마일!!

  • 입력 2004년 4월 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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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부활'

7일(한국 시간) 펼쳐진 박찬호의 선발 등판 경기는 '화려한 부활'이란 말로 모든 것을 압축할 수 있다. 그의 투구는 전성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위력적이었으며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아쉽게 승리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던 박찬호의 7일 경기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 나누어 되돌아보자.

긍정적인면

완벽한 제구력

이날 경기에서 가장 마음을 사로잡았던 부분은 완벽에 가까운 로케이션 능력. 박찬호는 데뷔 이후 줄곧 제구력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고, 많은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예전의 박찬호가 아니었다. 홈런을 허용한 하나의 볼만이 제구가 되지 않았을 뿐, 대부분의 볼이 낮게 형성됐고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만만치 않은 오크랜드의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제구력의 안정은 하체의 효율적인 활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찬호는 부상으로 하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하체를 적극 활용하는 투구폼을 계속적으로 선보였다. 하체의 활용과 더불어 투구 밸런스가 지속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한 것이다.

공격적인 피칭

심리적인 부담감이 작용할 복귀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찬호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일관했다. 유인구를 구사하거나 도망가는 피칭 대신, 과감하게 몸쪽 공을 뿌려댔다. 유난히 많은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던 것과 쉽게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던 이유도 공격적인 피칭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3회말 에릭 차베스를 몸쪽 직구로 삼진 처리했던 장면은 단연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필름이었다.

새로운 파트너 로드 바라하스

새로운 파트너 바라하스와의 호흡도 괜찮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멋진 볼배합. 바라하스는 좌타자들을 상대로 직구와 투심을, 우타자들에게는 커브를 위닝샷으로 선택했다. 박찬호가 솎아낸 8개의 삼진 뒤에는 바라하스의 멋진 리드가 뒤따랐다.

94마일의 직구와 위력적인 투심 패스트볼

팬들의 기대대로 박찬호는 광속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이 94마일에 그쳤지만, 볼끝의 움직임이 대단했고, 90~92마일의 평균 속도를 경기 내내 유지했다. 더구나 상체의 움직임을 절제화 한 투구폼 속에서 94마일을 끌어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박찬호가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임을 감안했을 때, 날이 풀리는 여름에는 90마일 중후반의 직구를 기대해도 좋을 듯.

'직구와 커브에 의존한다는 편견을 버려'. 커브와 직구의 위력에 가려있지만, 박찬호는 수준급의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다저스 시절 위기마다 병살타를 유도했던 구질도 바로 투심 패스트볼이다. 핵심은 투심의 의존도가 크게 늘었다는 점. 투스트라이크 이후 직구와 커브만을 구사했던 것에서 벗어나 투심을 승부구로 사용했고, 스트라이크를 잡는 과정에서도 투심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부정적인 면

팔의 각도의 차이

희망을 안겨준 첫 등판이었지만, 불안 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팔의 각도는 경기를 더할수록 많은 문제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볼, 커브, 투심이 팔의 각도에서 많은 차이점을 보였다. 계속해서 지금의 제구력과 볼의 위력을 유지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타자들과의 승부가 계속될수록 약점으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

좌타자들과의 승부

'좌타자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박찬호는 7개의 안타 중 5개를 좌타자들에게 허용했다. 모든 팀들이 박찬호가 등판하는 경기에는 팀의 좌타자들을 라인업에 포진 시킬 것이다. 좌타자들이 나올 경우 지금보다 많은 체인지업을 던질 필요가 있다.

불안한 수비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공백이 가장 크게 느껴진 부분은 수비였다. 마이클 영과 라몬 니바는 깔끔한 수비를 보였지만, 소리아노-테셰이라-멘취가 버틴 우측 라인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역시 마크 멀더, 킬티의 활약

마크 멀더는 역시 특급 좌완이었다.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지만, 베테랑을 연상케 하는 뛰어난 투구 내용을 선보였고, 텍사스의 젊은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했다. 직구, 스플리터,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레파토리로 타자들의 혼을 빼놓았고, 과감한 몸쪽 승부에서는 20승 투수다운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멀더와 더불어 킬티의 활약도 눈부셨다. 프리뷰에서 말했듯이 박찬호의 승패는 카세이와 킬티와의 대결에서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세이의 출루를 최소화하는데는 성공했지만, 킬티에게 2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찬스를 차베스와 다이에게 연결 시켜주었다. 패배의 가장 큰 이유는 킬티를 막지 못한 것이다.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날 경기는 분명 박찬호의 부활을 알린 멋진 경기였다. 박찬호 자신으로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코칭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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