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봉주만 신는다, 1억원짜리 신발”…봉주르 라이프!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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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아식스사가 특별 제작한 마라톤화를 들고 있는 이봉주.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아식스사가 특별 제작한 마라톤화를 들고 있는 이봉주. 동아일보 자료사진
‘봉달이’ 이봉주(34·삼성전자)가 1억원짜리 ‘맞춤 마라톤화’로 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2004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15초의 좋은 기록으로 5위를 한 이봉주는 아테네올림픽의 지옥코스에 적합한 마라톤화 제작을 위해 25일 일본의 (주)아식스 본사로 날아간다.

105릿길을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서 2시간이 넘게 발을 지탱해주는 신발의 중요성은 엄청나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 발이 받는 충격은 몸무게의 3∼4배 정도. 게다가 표고 차 200m가 넘는 오르막 지형과 살인적인 더위, 고르지 않은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더 커진다. 도로 상태, 날씨, 경사도 등에 따라 신발 바닥 소재와 천 소재가 크게 달라지고 무게도 최대한 가볍게 해야 한다. 미세한 차이 하나로 레이스를 망치는 섬세한 스포츠가 마라톤이기 때문.

여기에 노장의 약점을 극복하고 20대의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은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이봉주에겐 마라톤화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이봉주 마라톤화의 제작 책임자는 미우라 히토시 박사. 그는 ‘일본의 마라톤 여왕’ 다카하시 나오코의 신발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봉주만을 위한 마라톤화 제작에 드는 비용은 1억원.

미우라 박사는 97아테네세계선수권대회 때 당시 흙 모래길이었던 마라톤 코스를 분석, 특수 바닥 재질의 마라톤화를 공급해 일본 여자마라톤을 우승으로 이끈 인물.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군을 격파한 아테네군의 승전보를 전한 페이디피데스가 뛰었던 길을 재현한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코스는 역대 올림픽 최대 난코스로 불린다. 미우라 박사는 그동안 이 코스를 3차례 답사해 아스팔트로 새로 포장된 도로 상태와 날씨 정보 등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왼발이 오른발보다 5mm 정도 작은 이봉주는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아식스가 특별 제작한 마라톤화를 신고 2연패에 성공했다. 당시 아식스는 신발 길이를 5mm 늘려 크게 만드는 대신 무게를 줄이고 열을 발산시키는 소재를 사용해 히트를 쳤다. 이 신발을 만드는 데만 8000만원이 들었다는 후문.

29일부터 아테네를 대비한 훈련에 들어가는 이봉주는 다음달 6일부터 대전 일대에서 아테네 언덕 코스 공략을 위한 힐 트레이닝(언덕달리기)에 돌입한다.

5월 초엔 중국 쿤밍에서 고지훈련을 실시하고 7월쯤엔 다시 1900m 고지인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마지막 고지훈련을 한 뒤 이탈리아나 아테네에서 마무리 훈련을 할 계획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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