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12월13일 14일째 딸기 맛 우유 3리터짜리!

입력 2003-12-16 15:23수정 2009-09-28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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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속에서의 휴식은 바람을 피하는 것이 제일이다. 썰매를 가로 질러놓고 그 옆에 웅크리고 앉아 뜨거운 음료와 과자를 먹고 있는 탐험 대원들
날씨 : 맑음

기온 : 영하 13도

풍속 : 초속 6.7m

운행시간 : 07:00 - 18:00(11시간00분)

운행거리 : 28.3km (누계 :234.2km) /남극까지 남은 거리: 900.4km

야영위치 : 남위 81도 56분283초 / 서경 80도 46분 154초

고도 : 891m

밤사이 블리자드가 물러갔다. 아침바람이 약간 차갑지만 출발준비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텐트를 걷던 중, 밖에 내놓은 은박매트 한 장이 바람에 날아갔다. 박대장의 어제 얘기처럼 오늘은 4시 기상, 식사준비와 식사를 마치고 출발준비를 다 마치고 정확히 7시에 출발한다. 어제에 비하면 바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눈 상태도 그런대로 좋다. 대원들은 의욕에 넘친다. 블리자드로 운행을 19.2km밖에 못한 어제의 운행거리를 만회하기 위해 전력투구 해 12시간 이상의 강행군을 하자고 한다. 이에 박대장은 아직도 탐험 초반이니 무리를 하지 말자고 대원들을 만류한다. 완만한 언덕을 오르니 평지 같은 설원, 그 설원과 연결 된 새 언덕, 계속 그런 식이다. 다만 언덕 오름길이 어제보다 수월하다. 자연히 속도가 난다. 탐험 2주가 지나면서 대원들의 썰매도 약간씩 가벼워졌다. 120kg 내외의 썰매가 오늘따라 유난히 잘 끌린다. 앞서가는 박대장이나 뒤따르는 대원들이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설원 끝의 남쪽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다. 썰매가 잘 끌리니 속도는 갈수록 붙고 그 만큼 힘도 많이 쓰게 된다. 오전 중에는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 했는데도 시장기가 그치질 않는다. 잠깐 선채로 출발 전 오희준 대원이 나눠준 간식을 입에 넣으며 박대장 한마디 한다.

"아무래도 당분이 부족한 것 같다. 설탕을 준비 안했으니 과자라도 자주 먹어서 당분을 보충하자."

찬바람 부는데 과자 껍질 까는 일도 만만치 않다. 강철원 대원은 이에 대비해 어제 저녁과 아침에 받은 과자 전부를 껍질을 벗겨 비닐주머니에 넣어 두었었다. 여유 있게 주머니에서 꺼낸 껍질 벗겨진 과자를 먹는 강철원 대원을 부러워하는 대원들. 이현조 대원은 바람 속에서도 껍질 까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안된다며 작은 과자봉지를 입으로 찢어 잘도 입에 넣는다. 오후 4시 휴식시간, 운행거리가 23km라고 박대장이 GPS를 켜들고 대원들에게 알려준다. 운행종료를 두 시간 앞두고 비교적 많은 거리를 걸은 셈이다. 이틀 전까지 상태가 좋지 않다가 회복된 강철원대원은 "오늘 30km 넘어 보는 게 어때요?"라며 박대장에게 제의한다.

오희준 대원과 이현조 대원도 여기에 동의한다. 촬영과 인터넷 중계를 담당한 이치상 대원은 난색을 표한다. 잠이 너무 부족한 것이다. 결국 박대장이 결론을 내린다.

"안돼" 이유는 간단하다. 운행초반의 무리가 이득이 없다는 것.

오후 6시, 운행을 멈춘다. 운행을 멈춰서는 곳이 곧 야영지이다. 야영지라야 샘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무그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앞서 가는 박대장이 시계를 들여다보고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텐트가 들어갈 정도의 평평한 설원에 멈추면 그곳이 우리의 보금자리가 만들어 지는 곳이다. 텐트 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어제처럼 블리자드면 더욱 그렇다. 오늘 같은 작은 바람이면 무난하고 여유까지 생긴다.

출발 운행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 박대장의 깊은 뜻은 도착 후 대원들이 시간에 쫓겨 제대로 휴식다운 휴식을 못하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쉬자는데 있었다. 오늘 저녁식사 후에는 뜨거운 차와 귀에 익은 음악이 있다. 여유가 생긴 것이다.

문득 운행 종료 전 휴식 때 강철원 대원이 이치상 대원에게 툭 한마디 던진 물음을 떠올린다.

"형은 한국 돌아가면 뭘 제일 드시고 싶으세요?"

"푹 삭힌 홍어에 걸쭉한 막걸리!" 이치상 대원의 대답. 그러자 강대원은 "저는요, 딸기 맛 우유 3리터짜리요!"

모두 웃는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먹는 얘기가 시도 때도 없이 오갈 때가 됐다.

남극탐험대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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