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12월2일 3일째 누나타크 능선을 목표로!

입력 2003-12-09 17:36수정 2009-09-2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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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백야현상으로 훤한 새벽 5시 10분,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준비를 할 무렵 화이트 아웃(white out·白視현상·심한 안개나 눈보라로 인해 시계가 하얀 색깔로 변하여 원근감이 없어지는 시야상실 현상)으로 사방을 분간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출발을 강행한지 30분도 못되어 가스(gas:안개)가 순식간에 걷혀 버렸다. 출발 기온은 섭씨 영하 14도로 비교적 따뜻하다. 바람(블리자드)도 어제보다는 한결 부드럽다. 그래도 마파람을 맞으니 추운 건 어쩔 수 없다.

박영석대장이 진로를 잡으며 출발부터 앞서 나간다. 야영장 부근의 누나타크를 우측에 두고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처음은 그런대로 완만한 오르막이라서 운행이 수월했다. 3시간 운행 후에 두 번째 누나타크 우측에 누군가의 캠프가 보인다. 경사는 급해지고 대원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한 시간 쯤 더 가서야 그 캠프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은 캐나다 여성 탐험가 맥니어(52세)씨가 동행하는 국제대의 캠프였다. 앞서 도착한 박대장과 운행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우리 팀이 먼저 가던 길을 재촉했다. 세 번째 누나타크의 우측능선을 목표로 방향을 잡았다. 설사면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우측으로 거의 올라설 무렵 탐험대는 첫 난관에 봉착했다. 멀리서 볼 때는 평범한 설사면으로 보였는데 급경사를 다 오르고 보니 도저히 운행이 불가능한 급경사의 릿지였다. 누나타크 위쪽까지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박대장은 좌측으로 우회할 것을 지시하고 앞장서 나간다. 문제는 그 때 일어났다. 뒤따르던 오희준 대원의 무거운 썰매가 급사면에서 미끄러지며 썰매와 벨트를 연결하는 작은 고리가 부러진 것. 그러나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오희준 대원은 침착하게 임시방편으로 '끈 고리'를 만들어 썰매를 끈다. 사소한 일로 탐험대의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면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기 마련. '궁하면 통한다'를 바로 실천에 옮기는 대원들의 신속한 일처리가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첫 난관을 무사히 넘긴 탐험대는 계속되는 설사면을 오르고 또 오른다. 세 번째 누나타크를 우측에 두고 설사면을 다 올라서자 청빙지대가 나타난다. 경사가 없어 다행이다. 청빙지대에서는 썰매가 잘 끌려 나름대로 수월한 운행을 할 수 있다. 반면에 발이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주의 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청빙지대를 지날 때면 입이 즐거워진다. 남극의 눈과 얼음은 '완전 순수' 그 자체. 얼음은 아삭아삭 씹는 맛과 뒷맛이 새콤달콤하게 느껴진다. 힘들 때마다 워킹스톡으로 깨서 입에 물며 걷는 것도 운행 중에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13시간의 운행 끝에 도착한 설원의 캠프지는 사방이 확 트여 어느 한 곳에도 바람 막을 만한 것이 없다. 결국 썰매 2대를 맞대어 바람막이로 삼는다. 환한 밤, 바람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텐트 안은 천국이나 다름없다. 오희준 대원은 대원들의 시장기를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 버너를 켜고 물을 끓인다. 남극탐험대의 주식은 냉동 건조한 찹쌀, 쇠고기, 버섯 등. 5명분의 한 끼 식사로 건조식 800g이 전부이지만 '불로식품'에서 우리 탐험대를 위해 특별히 고칼로리에 양질의 재료만으로 만든 것이다. 어쨌든 식사시간은 하루 중 가장 즐겁고 신나는 때다. 힘든 운행을 마치고 난 저녁식사 시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운행 중엔 식사가 없다. 다만 3시간마다 간식을 먹는다. 간식은 비스켓, 초코바, 젤리, 과자 등에 파워 스포츠 음료인 파시코를 한잔 마시는 것. 간식과 함께 휴식시간을 갖지만 매서운 찬바람 때문에 오래 쉬라고 해도 쉴 수 가 없다. 무두 먹자마자 출발 준비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운행시작 : 05시 10분 / 운행종료 : 오후 6시 10분 (13시간)

아침기온 영하 14도/저녁기온 영하 12도

바람속도 초속 7m

원정대의 야영위치 : 남위 80도 07분 601초/서경 80도 44분 298초

오늘 운행거리 16.8km / 고도 :753m

기록 :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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