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아~ 시간이 없는데…” 이승엽 잠실서 또불발

  • 입력 2003년 10월 1일 0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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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하는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팬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과연 넘어갈까. 잘 맞은 타구는 오른쪽으로 쭉쭉 뻗어갔다. 하지만 너무 낮게 떴다. 그만큼 비거리는 짧을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 스탠드에서 잠자리채와 뜰채들이 요동을 쳤지만 헛수고였다. 공은 펜스 3∼4m 지점 앞에서 더 이상 비행할 힘을 잃고 떨어져 LG 우익수 알칸트라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다. “아∼.” 팬들의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30일 잠실 LG전에서 이승엽(삼성)이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친 타구는 아까웠다. 타구가 낮게 깔려가긴 했지만 좌우 95m, 가운데 117m로 짧은 대구구장이었다면 넘어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좌우 100m, 가운데 125m로 국내 최대규모인 잠실구장에선 어림없었다. 이승엽이 올 시즌 잠실구장에서 치른 18경기에서 홈런은 2개뿐.

이날 경기에선 LG 선발 서승화와의 대결이 색다른 관심거리였다. 서승화는 올해 이승엽과 주먹다짐을 벌였던 주인공. 그는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1회 이승엽의 첫 타석 때 조종규 주심이 별도의 표식을 한 볼을 건네주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잇따라 세 차례나 공을 바꿨다. 3회 두 번째 타석 때는 볼 2개를 던진 뒤 주심에게 “너무 이승엽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그는 이후 3개의 볼을 배팅볼 던지는 것처럼 성의없이 던졌다. 시속 116km, 121km, 109km짜리 ‘황당한’ 직구. “그래, 줄테니 쳐봐라”하는 투였다. 하지만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3볼이 되자 돌연 145km의 빠른 공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서승화는 경기가 끝난 뒤 “내가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순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1회 오른쪽 안타, 5회 깊숙한 희생플라이 등 날카로운 타격감을 보였음에도 홈런을 터뜨리진 못했다.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에 4경기 째 무홈런. 삼성은 4-5로 패해 2위 탈환이 힘들게 됐다.

이제 이승엽에겐 1일 기아전(광주)과 2일 롯데전(대구) 2경기만 남았다. 기아 선발투수는 55호 홈런을 때려냈던 김진우.

한편 SK는 대전에서 한화에 5-0 완봉승을 따내며 4위를 확정, 2000년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날 승리로 65승63패3무를 기록한 SK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지고 한화(63승64패5무)가 남은 1경기를 이기더라도 승수에서 1승을 앞서게 된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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