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맞아 자전거국토종단 나선 마에조노-백정기-김동현씨

  • 입력 2003년 8월 3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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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맞아 한일 젊은이가 자전거로 우리나라 일주에 나선다. 여기에 정년을 앞둔 50대 한국 공무원도 동참키로 했다.

일본인 요리사 마에조노 다다테루(前園忠輝·31.사진)와 김동현(金東炫·27·충북 단양군)씨가 그 주인공.

처음 자전거 일주를 계획한 것은 마에조노씨. “자전거에 한일 양국 국기를 꽂고 한국을 돌며 새로운 한일 친선 시대를 기원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알려지자 김씨가 본보 도쿄 특파원을 통해 함께 여행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

일본인 청년 마에조노 다다테루와 함께 자전거로 국토종단할 백정기(왼쪽) 김동현씨. -김동주기자

“‘한글을 몰라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한국 사람은 친절하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연락하게 됐습니다.”(김씨)

마에조노씨는 처음에는 혼자 다니는 게 편하다며 김씨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김씨와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김씨의 진심을 깨닫고는 마음을 바꿨다.

“팩스와 e메일로만 연락했기 때문에 얼굴은 물론이고 목소리도 모릅니다. 공항에서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기다리기로 했어요.”

한편 내년 정년퇴직을 앞둔 6급 공무원 백정기(白正其·56·서울 종로구 홍지동)씨도 뒤늦게 마에조노씨와 연락이 돼 자전거 여행에 동참하게 됐다.

이들 세 사람은 4일 마에조노씨가 한국에 입국하는 대로 자전거 등을 구입하고,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하지 않았지만 40일 동안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을 돌고 서울로 되돌아오는 약 4000km 여정을 주파할 계획.

김씨와 백씨는 이미 지난달 말 서울에서 만나 남대문 중앙시장 등을 돌며 여행에 쓸 자전거와 침낭을 살폈다.

여행 중에 각각 ‘광복절’과 ‘패전기념일’을 맞을 이들은 각자의 여행에 어떤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

마에조노씨는 지난달 일본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일본에 ‘망언 정치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본인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김씨와 백씨는 “글쎄요. 40일간 여행을 같이 하면 작은 우정이 생길 것이고 그런 작은 불씨가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라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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