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텍사스는 박찬호를 내칠 것인가

  • 입력 2003년 4월 29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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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는 과연 박찬호(30)를 내칠 것인가.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가 박찬호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텍사스는 29일 박찬호의 전담포수인 채드 크루터를 방출시키고 박찬호는 30일부터 시작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 3연전 합류에서 제외시켰다.

구단에서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벅 쇼월터감독이 28일 뉴욕 양키스전이 끝난 뒤 박찬호에게 "토론토 원정에 포함되지 않으면 부상자 명단에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15일짜리 '부상자 명단' 등재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형편없는 구질과 컨트롤로 '삼류투수'로 전락해 버린 데다 코칭스태프의 불신까지 극에 달해 있어 선수생활의 최대위기를 맞은 셈. 과연 '칼자루'를 쥐고 있는 텍사스가 앞으로 그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할지….

●휴식후 선발복귀

텍사스에게 박찬호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먹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계륵(鷄肋·닭갈비)'이다. 5년간 6500만달러의 장기계약이 바로 걸림돌. 고액 베팅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서든 박찬호를 살려 써 먹어야 한다. 구단에서 그동안 박찬호에 대해 온갖 특혜를 준 것도 이 때문. LA다저스에서 퇴출된 전담포수 채드 크루터를 데려왔고 스프링캠프에서 벅 쇼월터감독과 오렐 허샤이저코치는 박찬호에만 매달렸다. 쇼월터감독은 "지난 겨울 박찬호가 LA다저스시절 조금이라도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났다"고 그동안의 노력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텍사스가 15일간의 시간을 준다면 이는 정신적인 재충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구위가 살아날 리 만무하지만 박찬호는 지난시즌 중반 두 번째 부상자리스트에 올라갔다가 되돌아온뒤 5연승의 상승세를 보였다. 어깨부상중인 이스마엘 발데스에 이어 박찬호까지 팀내 1,2선발이 모두 전력에서 빠져 있는 텍사스로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상황이다.

●마이너리그행

박찬호는 계약상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에서 이를 강요할 수가 없다. 하지만 본인을 위해선 마이너리그행이 최선의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구위와 제구력으론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며칠이 되건 문제점을 찾을 때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야구를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도 이 방법을 권할 가능성이 높다. 박찬호는 지난해 손가락부상으로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인 오클라호마 레드호크스에서 재활훈련을 했었다.

●불펜기용

박찬호가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경우 대안으로 나올 수 있는 방법. 승부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경기에 등판해 1,2이닝 정도 짧게 던지며 투구감각을 가다듬는 것이다. 하지만 쇼월터감독이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박찬호를 중간계투로 자주 경기에 내보낼까.

●트레이드

솔직히 말한다면 텍사스 구단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방안.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박찬호를 내보내고 싶은 게 텍사스의 속마음이다. 그러나 박찬호가 너무 '굵은' 선수인 게 문제. 연봉이 1000만달러가 넘는데다 실력이 바닥난 선수를 받을 구단은 없다. 하지만 텍사스는 이제부터 박찬호를 트레이드할 수 있는 묘수 찾기에 나설 게 분명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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