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中마라톤 ‘제2의 마쥔런’ 김번일 코치

  • 입력 2003년 2월 20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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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10월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아시아경기 해단식에서 김번일 코치(왼쪽)와 임춘애.동아일보 자료사진
86년 10월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아시아경기 해단식에서 김번일 코치(왼쪽)와 임춘애.동아일보 자료사진
《86서울아시아경기대회 여자 육상 3관왕(800,1500,3000m) 임춘애를 키워낸 김번일 코치(62)가 이번엔 중국선수들을 이끌고 ‘마라톤 신화’에 도전한다. 그는 현재 중국 지린성 창춘시 체육운동위원회 소속 코치이자 연변대 교수. 중국여자마라톤 최고기록보유자(2시간20분23초)로 지난해 동아서울국제마라톤 우승자인 웨이야난(22)과 랭킹 2위 장수징(23·2시간23분17초) 등 남녀 15명을 조련하고 있다. 그는 다음달 16일에 열리는 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 젱윤샨(23·2시간13분27초) 바이젱콴(22·2시간14분10초·이상 남자) 장수징 등을 이끌고 여자부 우승과 남자부 3위 이내 입상을 노리고 있다.》

김코치는 88올림픽을 끝으로 홀연히 육상계를 떠나 신학대학에 들어가 어릴 때부터 꿈인 목사가 됐다.그리고 92년 곧바로 선교를 위해 중국에 건너갔다.그러나 그의 경력을 높이 산 옌벤 조선족자치정부에서 육상지도를 요청하는 바람에 마라톤 전문코치가 됐다.

김코치는 중국여자 중장거리 신화를 일군 마군단의 마쥔런 감독을 빗대 ‘제2의 마쥔런’으로 불린다. 2000년에는 중국 중장거리 지도자와 선수 등 500여명을 모아 놓고 ‘마라톤 강의’를 한 적도 있다.

“중국엔 마라톤 재목은 수두룩하지만 선수들의 정신력이 문제입니다.특히 남자 마라톤은 97년에 수립된 최고기록 2시간9분18초가 아직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요.”

최근 귀국해 잠시 국내에 머물고 있는 그는 중국 선수들이 한국선수들처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만 한다면 세계 정상권에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중국선수들은 식이요법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는 것. 되레 경기 당일 고기를 잔뜩 먹고 뛰는 경우도 봤단다.

“한국 마라톤 앞날이 걱정입니다. 남자는 이봉주를 이을 재목이 보이지 않고 여자는 이미 중국에도 뒤처졌습니다. 꿈나무들을 뽑아 어릴 때부터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하는데 온 몸을 내던지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김코치는 백두산 중국령쪽 이도백하 캠프에서 북한여자선수들과 여러 차례 합동훈련을 했다. 북한 여자팀엔 2시간30분 이내에 드는 선수만 20명 가까이 된다. 기껏 2명정도 밖에 안되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그의 꿈은 조국에 돌아와 ‘제2의 황영조’를 길러 내는 것. 92바르셀로나올림픽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를 이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자신의 손으로 키워내는 게 마라톤 코치로서의 마지막 소망이다.

“임춘애가 88올림픽에서 금메달의 꿈을 이뤄낼 줄 알았는데 실패했습니다. 지도자인 제 잘못입니다. 남은 인생을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에 걸고 싶습니다.”

김화성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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