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김병현 “난 원래 선발 체질”

  • 입력 2003년 2월 16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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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투산에서 몸을 풀고 있는 김병현. 투스콘 로이터뉴시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투산에서 몸을 풀고 있는 김병현. 투스콘 로이터뉴시스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변신은 성공할 것인가.

그 동안 마무리 투수로만 활약했던 김병현이 올 시즌 선발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밑에서 던지는 잠수함 투수가 선발투수로 나서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선 드문 예. 시즌 개막을 앞둔 올 스프링캠프는 김병현에겐 새로운 도전의 무대다.

16일 오전 9시반 다이아몬드백스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 간단한 캐치볼로 몸을 풀고 있었다.

30분 후 김병현이 실내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리조나는 전날까지 내린 비로 그라운드사정이 좋지 않아 이날도 실내훈련을 실시했다. 14일 50여개의 공을 던졌던 김병현은 이날 불펜포수 헤모크를 파트너로 52개를 피칭했다. 바로 옆에선 제5선발을 다투는 미구엘 바티스타가 공을 뿌리고 있었다. 김병현은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까진 것에 신경이 쓰이는 지 자꾸 손가락을 쳐다봤다.

낮 12시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친 김병현이 어깨에 아이싱을 한 채 클럽하우스내 라커룸으로 나왔다. 그에게 “왜 선발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김병현은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어릴 때부터 선발투수를 좋아했다. 그 당시는 마무리투수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때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 또 메이저리그엔 밑에서 던지는 선발이 별로 없는데 ‘잠수함 투수’도 선발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다음은 선발변신의 중대한 기로에 선 김병현과의 일문일답.

―선발을 하기 위해 특별히 하는 훈련이 있나.

“유연성을 기르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김병현은 국내에 머물 때 인하대 주성노감독과 광주일고 선배 이강철(기아)로부터 투구폼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투구수를 줄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선발투수면 한시즌에 33차례 정도를 던지는데 적응능력이 없어 사실 걱정이다. 욕심이 많아 좋은 걸 보면 따라해 보고 내 것으로 만드는 스타일이어서 그동안 많이 배우긴 했다.”

―선발로 성공할 자신은 있나.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같은 기분이다. 자신은 있는데 장담은 못하겠다.”

―마이너리그 시절 트리플A팀인 투산 사이드와인더스에선 선발로 몇차례 나갔나.

“4번 등판했다. 두 번 7이닝 던지고 6이닝과 5이닝 한 번씩이었다.”

―오늘 손가락을 다쳤는데 상태는 어떤가.

“(까진 손가락을 보여주며) 부상은 아니고 피부가 약간 벗겨진 정도다. 아까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그랬다. 직구 던질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변화구 던지는 데 약간 지장이 있을 것 같다.”

투산(미 애리조나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 애리조나 밥 브렌리 감독의 조언

“투구폼 일관되게… 투구수도 줄여라”

콧수염이 인상적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밥 브렌리 감독(사진). 그는 16일 팀훈련이 끝난뒤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BK(김병현의 애칭)는 입단할 때부터 선발투수를 원했지만 마무리를 맡았다. 본인으로선 그리 행복하지 않은 상황임에 분명했다. 만족스럽지 않으면서도 마무리로서 그렇게 뛰어난 성적을 올렸는데 자신이 정말 원하는 선발을 맡는다면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지 나도 궁금하고 흥분된다.”

브렌리 감독은 올 시즌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선발투수 미구엘 바티스타와 김병현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있다. 그는 “둘 중 하나가 제5선발을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4선발까진 사실상 확정된 상태. ‘투톱’인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에 이어 신시내티에서 영입한 엘머 드센스와 지난 시즌 막판 선발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던 존 패터슨이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바티스타와 김병현이 경쟁하고 있는 셈.

김병현에게 일단 시범경기에서나마 선발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데 대해 브렌리 감독은 “마무리 매트 만타이가 부상에서 100% 회복돼 지금이 BK가 선발로 뛰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브렌리감독이 보는 선발성공의 열쇠는 뭘까. 그는 “일관성있는 투구(Consistency delivery)”라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발을 차올리는 것도 어떤 때는 ‘로우 킥’이 됐다가 또 ‘하이 킥’이 되는 등 일정치 않다. 공도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지 않게 꾸준히 던져야 한다.” 브렌리감독은 아울러 “투구수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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