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용 인공기 제작중인 김호경씨

  • 입력 2002년 9월 4일 18시 08분


“남북이 하루 빨리 통일돼 인공기를 만드는 일이 사라지고 ‘통일 한국’의 국기를 제작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29일 개막되는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이 사용할 인공기를 제작하는 대구 북구 노원동 협신특수나염 김호경(金鎬慶·44·사진)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다소 긴장된 분위기에서 작업하고 있다”며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김 사장과 직원들이 인공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3일.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42개 국가의 선수단용 국기 3만5000여장을 이미 제작한 김 사장은 최근 정부의 인공기 사용 허용 방침이 결정된 직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인공기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김 사장이 직원 20여명과 함께 만들고 있는 인공기는 탁상용으로 쓰이는 소형(가로 27㎝,세로 18㎝)부터 시상용 대형(가로 2m, 세로 3m)까지 모두 122장으로 현재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7일 서울에서 열리는 ‘2002 남북통일 축구대회’에 사용되는 한반도 지도가 찍힌 배너기(가로 70㎝, 세로 210㎝) 300여장도 최근 제작해 대한축구협회에 보냈다.

김 사장과 직원들은 6월 월드컵 열기로 전국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 태극기와 참가국 국기 등 50여만장을 밤샘 작업 끝에 만들어 전국에 공급하기도 했다.

종업원이 20여명인 협신특수나염은 86년 아시아경기대회와 88년 서울올림픽 때도 국기 등을 제작했던 휘장 제작 전문회사.

김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막상 인공기를 제작해보니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