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사냥꾼들 베를린장벽 허물다

  • 입력 2002년 6월 30일 23시 12분


호나우두의 선제골
호나우두의 선제골

후반 22분.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브라질 히바우두의 왼발 중거리슛이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의 몸을 맞고 튀었다. ‘골 사냥꾼’ 호나우두가 이 틈을 놓칠 리 없었다. 벼락같이 달려들던 호나우두는 튀어나오는 공을 침착하게 다시 독일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독일의 ‘철옹성’ 칸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2분 뒤 ‘신 축구황제’ 호나우두는 칸을 상대로 두 번째 골을 넣으며 우승을 확인했다.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력은 경기 내내 돋보였다. 호나우두(Ronaldo)-히바우두(Rivaldo)-호나우디뉴(Ronaldinho) 등 ‘3R’ 포워드진은 물론 클레베르손, 질베르투 실바, 카푸 등 미드필드와 수비수들까지 틈만 나면 독일의 골문을 두드렸다. 이들에 맞서 칸은 ‘고독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독일의 루디 D러 감독은 올리버 노이빌레,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투톱에 포워드인 마르코 보데를 왼쪽 사이드어태커로 전격 기용하는 등 브라질의 막강 화력에 ‘맞불 작전’으로 맞섰다.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플레이메이커 미하엘 발라크의 공백을 고려한 포석.

독일이 고집한 전술은 사이드 돌파에 이은 크로스 패스. 센터링의 타깃은 단연 ‘헤딩 머신’ 클로제였다. 독일은 경기 초반 미드필드부터 압박하며 브라질로부터 주도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거친 몸싸움으로 브라질의 공격을 무력화한 뒤 한두 번의 패스로 브라질의 측면을 뚫는 것이 독일의 전술. 독일은 후반 들어서자마자 노이빌레가 그림 같은 프리킥 중거리슛을 날렸으나 브라질 골키퍼 마르쿠스의 손에 걸린 공은 골대를 맞고 튀어 나왔다. 독일은 12개의 슈팅을 날렸으나 이 중 4개만이 골문 안으로 향했을 정도로 마무리가 약했다.

반면 브라질은 짧은 패스에 이은 중앙 돌파로 독일 진영을 차츰차츰 먹어 들어갔고 9개의 슈팅 중 7개가 골문으로 향했다. 전반 중반 이후는 브라질의 공격수들과 독일 골키퍼 칸의 대결. 브라질은 호나우두와 클레베르손 등이 잇따라 슈팅을 날렸으나 칸의 선방에 번번이 득점에 실패했다.

전반 43분 클레베르손의 오른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것은 골 운이 없었던 탓. 2분 후 인저리타임에 골지역 정면에서 쏜 호나우두의 슈팅을 막아낸 것은 칸의 선방이었다. 후반 8분쯤 칸은 질베르투 실바의 슛을 몸을 날려 막아내 그의 진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결승까지 고군분투한 칸의 선방도 후반 호나우두-히바우두 콤비의 계속된 공격에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후반 34분 히바우두가 문전에서 재치 있게 뒤로 흘려준 공을 호나우두가 잡아 정확한 땅볼 오른발 슛으로 연결한 것은 그들이 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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