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입력 2002년 6월 30일 18시 29분


홍명보(오른쪽)가 4일 열린 폴란드전에서 상대팀 스크라이커 에마누엘 올리사데베의 공격을 재빠르게 차단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홍명보(오른쪽)가 4일 열린 폴란드전에서 상대팀 스크라이커 에마누엘 올리사데베의 공격을 재빠르게 차단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월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아마 4강 신화를 이룩한 한달 동안의 짧지 않은 여정 속에서 무엇 하나 빼놓고 싶지 않으며 두고두고 가슴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기고 싶을 것이다.

한국축구의 역사를 쓰는 데 주인공이었던 ‘태극전사’들은 어떨까. 그들 역시 조별리그에서 3, 4위전까지 치른 7경기를 그대로 ‘복기’라도 할 수 있을 만큼 또렷하게 머릿속에서 새겨 두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잊을 수 없는 나름대로의 장면이 있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14년 동안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반납한 황선홍은 29일 터키전을 끝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어느 때 보다도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우승 후보라던 강호 포르투갈을 누르고 온 국민이 염원하던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날이어서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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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박지성이 14일 인천에서 열린 조별리그 한국-포르투갈전에서 가슴으로 볼을 받은 뒤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스타 세르지우 콘세이상(오른쪽)을 제치고 벼락같은 왼발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역시 월드컵 고별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홍명보는 “폴란드와의 첫 경기가 가장 기뻤다”고 되돌아 봤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많이 떨리고 긴장했다는 홍명보는 “(황)선홍이가 첫 골을 터뜨렸을 때는 마치 내가 넣은 것처럼 함께 환호했으며 결승골로 이어져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안정환이 18일 대전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빗장수비’를 자랑하던 이탈리아의 핵심수비수 파올로 말디니(가운데)를 제치고 연장 후반 골든골을 터뜨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홍명보와 함께 한국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유상철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오래도록 떠오를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전날 이탈리아 플레이메이커 토티가 한 “한국은 한골만 넣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비하성 발언을 접한 뒤 오기가 불끈 솟기도 했다는 것.

29일 한국과 터키의 3, 4위 결정전이 끝난 뒤 양팀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유상철은 “이탈리아 선수들이 마치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상대로 경기하듯 우습게 여기는 것 같아 꼭 이겨야 한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또 그는 “이탈리아와의 경기는 심판 판정과 관련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4강 진출로 우리의 실력을 인정받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22일 광주에서 벌어진 스페인과의 준준결승전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수문장’ 이운재가 스페인의 네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골을 막아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골키퍼 이운재는 당연히 승부차기로 4강행이 결정된 스페인과의 8강전을 첫 번째로 꼽았다. 송종국은 “7경기를 교체 없이 모두 풀타임 소화한 데 만족스럽다”면서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마지막 골의 주인공이 된 터키전도 아쉽지만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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