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기적을 찼다”

  • 입력 2002년 6월 12일 23시 11분


파라과이의 넬손 쿠에바스(뒷모습을 한 선수)가 후반 39분 강슛을 성공시킨 뒤 코칭스태프에 안긴채 기쁨을 토해내고 있다.
파라과이의 넬손 쿠에바스(뒷모습을 한 선수)가 후반 39분 강슛을 성공시킨 뒤 코칭스태프에 안긴채 기쁨을 토해내고 있다.

축구에 ‘9회 말 투아웃 역전 만루홈런’이 있다면 12일 파라과이가 펼친 경기가 바로 그랬다.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슬로베니아전. 경기 전까지 파라과이는 잔뜩 흐린 날씨처럼 암울한 상황이었다. 같은 시간 스페인과 경기를 벌이는 1승1무의 남아공이 패해야 하고 1무1패의 파라과이는 2골차 이상으로 슬로베니아를 눌러야 16강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선 파라과이 골키퍼 칠라베르트는 경기 전 2번이나 성호를 그으며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도했다.

12일 표정 남아공 vs 스페인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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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반 21분. 파라과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드필더 파레데스가 상대 공격수의 허벅지를 겨냥한 태클을 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나서던 파라과이는 전반 종료 직전 암울한 상황에 직면했다. ‘인저리 타임’이 적용된 전반 46분 슬로베니아 아치모비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것. 파라과이가 선제골을 내준 시간은 남아공이 1-1 동점골을 얻은 시간과 거의 같았다. 파라과이에 희망이 남아있다고 할 여지는 없는 듯했다.

하지만 기적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후반 16분 교체 투입된 넬손 쿠에바스가 파라과이에겐 ‘러키 보이’였다. 쿠에바스는 빠른 발과 돌파력으로 슬로베니아 수비진을 뚫고 다니다 교체된 지 4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려 파라과이에 희망의 빛을 던졌다.

이어 8분 뒤 캄포스의 역전골이 터졌고 종료 6분을 남기고 쿠에바스는 통렬한 강슛으로 슬로베니아의 골문을 갈랐다. 스코어는 3-1. 같은 시간 남아공은 스페인에 2-3으로 패했다. 결국 양팀 모두 골득실차가 ‘0’으로 같았으나 6골을 넣은 파라과이가 5골을 넣은 남아공에 앞서 다득점으로 16강 진출한 것이다. 파라과이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부둥켜안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한편 대전경기에서 남아공은 스페인과 16강 티켓이 걸린 피 말리는 한판을 벌였다.

남아공은 이미 16강 진출 확정으로 느긋한 스페인을 맞아 전반 4분 만에 골키퍼 아렌제의 실수로 스페인 골잡이 라울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주춤했다.

그러나 남아공은 전반 중반 미드필더 시바야와 주마의 빠른 공격이 살아나면서 전반 31분 매카시의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엮어냈다.

전반 종료 직전 스페인의 멘디에타에게 프리킥 골을 내줘 전반을 2-1로 뒤진 채 끝낸 남아공은 후반 8분 만에 라데베가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시켜 2-2 동점 상황을 연출했다. 남아공으로서는 이대로 끝나면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팽팽한 균형은 불과 3분 뒤 스페인 골잡이 라울의 골로 다시 깨졌고 이 한 골로 남아공의 16강 진출은 좌절되고 말았다.

서귀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대전〓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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