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화제]“베컴머리 해주세요”

  • 입력 2002년 6월 8일 23시 15분


‘환호하는 어른 베컴과 진지한 꼬마 베컴.’
‘환호하는 어른 베컴과 진지한 꼬마 베컴.’
7일 삿포로돔에서 잉글랜드의 짜릿한 승리를 맛본 잉글랜드 응원단은 8일 삿포로 지토세 공항을 떠나면서 기념품을 하나씩 챙겼다. 바로 잉글랜드 주장 데이비드 베컴의 얼굴사진이 크게 나온 일본의 스포츠신문들.

이날 대부분의 일본 스포츠신문 1면 사진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포효하는 베컴의 장면이 차지했다.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일본 스포츠신문에서는 베컴의 기사를 하루라도 다루지 않는 날이 없다.

일본에서는 베컴이 인기를 끌면서 ‘베컴증후군(신드롬)’이란 말이 생겨나고 있다. 최고의 플레이에 근사한 용모, 독특한 캐릭터가 축구팬은 물론 전체 일본인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다.

닭 볏처럼 머리 중앙부위의 머리카락을 치켜세운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요즘 일본 젊은이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등번호인 7번이 새겨진 잉글랜드팀 선수복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삿포로시내를 활보하는 대부분의 일본 젊은이가 잉글랜드의 7번 유니폼을 입었다.

최근 일본어로 번역돼 출판된 자서전은 주로 20대 여성이 찾는다. 베컴의 자서전은 일본어 번역본이 나온 지 한달 만에 6만부가 팔렸다. 구입자의 60%가 여성. 이중 20대가 가장 많다.

베컴의 인기는 모범소년이 아닌 악동 같은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프랑스 월드컵대회 때 아르헨티나전에서 게임의 중요성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도전’해온 선수를 걷어차고 퇴장 처분을 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의 개인적인 인기에 더해 99년 영국의 인기보컬그룹 ‘스파이스걸스’의 멤버 빅토리아 애덤스와 화제 속에 결혼한 사실 때문에 여성지들은 두 사람을 표지사진으로 싣고 있다.

베컴의 헤어스타일은 사실 지난해 미국 뉴욕 등과 유럽에서 유행했던 ‘소프트 모히컨’스타일이다. 베컴을 비롯해 선수들의 머리를 매만지기 위해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전문미용사가 따라다닌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별로 인기를 못 끌었던 이 헤어스타일이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 도쿄와 요코하마시내 유명미용실에는 “베컴처럼 해달라”는 손님이 줄을 섰다. 심지어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선수들도 헤어스타일을 바꾸었을 정도. 일본은 지금 베컴 때문에 ‘난리’다.

요코하마〓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삿포로〓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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