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외교관 부인의 '세네갈 사랑'

  • 입력 2002년 6월 8일 20시 17분


"세네갈이 한국과 함께 16강에 오르면 좋겠어요"

서울 명동에서 냉면집을 하고 있는 신덕철(申德澈·55·서울 강남구 대치동)씨가 아프리카 세네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각별하다.

신씨는 7일 "세네갈 선수들에게 금으로 된 기념품을 하나씩 사줬으면 좋겠다"며 동아일보에 2000달러를 보내왔다. 지난달 28일 세네갈 선수 한 명이 대구의 한 금은방에서 금목걸이를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신씨는 1979년 세네갈 공보관으로 발령난 남편 한규창(韓圭昌)씨를 따라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1년 반 가량 살면서 세네갈과 인연을 맺었다.

신씨는 지독히도 가난한 세네갈 사람들에게 짙은 동질감을 느꼈다.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였고, 해방된 후에도 백인들에게 차별받고 멸시받는 그들을 보면서 일제 치하와 60,70년대 어려웠던 시절의 우리 모습을 떠올렸다.

신씨는 81년 세네갈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후 세네갈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땅이 됐다.

신씨는 세네갈팀이 입국한 날부터 선수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행복했던 다카르 시절과 남편의 미소띤 얼굴이 눈 앞에서 어른거렸다. 세네갈이 1차전에서 프랑스를 1대0으로 이기던 날은 끝내 눈물을 비추고야 말았다.

"프랑스를 이긴 것은 우리로 치면 손기정옹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것과 같은 사건이에요. 너무 자랑스러웠는데 금목걸이를 훔쳤다니, 정말 가슴 아팠어요"

세네갈에서 돌아온 후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 밥은 먹고 산다는 신씨는 자신의 조그만 성의가 세네갈 선수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16강 진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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