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김미현 "미련털고 내년엔 꼭 우승"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59분


김미현
앙증맞은 김미현(24·KTF)은 귀여운 미소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평소 인상 한번 쓰는 일이 없었지만 그때만큼은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7월 캐시아일랜드챔피언십에서 플레이오프 끝에 로지 존스(미국)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문 뒤 울음을 터뜨린 것. 4월 오피스디포에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게 연장전에서 무릎을 꿇은 데 이어 또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복받치는 슬픔을 누를 수 없었단다.

“우승에 대한 부담과 조급증이 생기다보니 고비를 넘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김미현의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8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선두를 달리다 막판 박세리에게 역전을 허용해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준우승만 3차례한 김미현은 미국 진출 3시즌 만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한 채 시즌을 접어야 했다. 게다가 잠시 짬을 내 출전한 국내대회에서도 우승을 못해 96년 프로데뷔 후 첫 무관의 해를 맛봤다. 혈관이 약한 탓에 자주 터진 코피와 잔병치레까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스포츠 세계는 늘 1등만이 기억에 남잖아요.”

13차례 ‘톱10’에 드는 꾸준한 성적으로 상금랭킹 8위에 올랐는데도 정작 우승이 없어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기만 했다. 지는 해와 함께 아픈 기억까지 묻고 싶다는 김미현은 28일 재도약을 다짐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내년 시즌은 예년과 달리 2월 말에 시작돼 그 어느 때보다도 충실한 동계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 쇼트게임과 퍼팅 위주로 샷을 가다듬을 계획이며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마인드컨트롤도 배울 생각.

“아쉬움 속에서도 미국 무대에 거의 적응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미련은 훌훌 털어 버리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래요.” 유달리 밝게 들리는 김미현의 목소리에서 쓰라린 상처는 어느새 말끔해진 듯싶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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