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맹장수술 받고 10일만에 금메달

  • 입력 2000년 9월 25일 14시 57분


올림픽 역사에서 최고의 투혼을 보인 선수는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영웅 비킬라 아베베 선수다.

아베베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시종일관 맨발로 달려 2시간 15분 16초의 세계 최고기록으로 첫 번째 금메달을 땄다. 당시 그는 28살로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의 근위병이었다. 아베베는 로마올림픽 이후 일등병에서 단번에 하사로 진급했다. 아베베는 4년 후에 열린 1964년 도쿄올림픽 마라톤에서는 운동화를 신고 나왔고 계급은 상사로 진급해 있었다.

아베베는 9월16일 맹장수술을 받고 10일 만인 9월27일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채 한 달이 안 된 10월21일 도쿄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 12분 12초라는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마라톤을 2연패했다. 그의 계급은 곧바로 상사에서 중위로 올라갔다.

아베베는 1969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충돌사고를 당해 하반신 불구가 되었다. 아베베는 하반신 감각을 잃어 마라톤을 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상체를 이용해서 활쏘기 훈련을 했다. 손과 팔의 힘을 강화하는 체조를 해가며 장애인올림픽 양궁 종목에 출전했다.

이번에도 아베베는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장애인올림픽까지 제패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다이빙에 출전했던 미국의 그랙 루가니스 선수는 부상투혼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양심적이지 못했다.

루가니스는 3m 스프링보드 다이빙 경기에서 9번째 연기를 하는 도중 스프링보드에 뒷머리를 부딪혀 다섯 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 미국 팀의 팀 닥터 제임스 페퍼 씨는 급한 나머지 보조장갑도 끼지 않고 루가니스의 머리를 꿰맸다. 투혼을 발휘한 루가니스는 하이다이빙에 이어 스프링보드 다이빙까지 석권해 2관왕에 올랐다.

그런데 6년 뒤인 1994년 루가니스는 자신이 에이즈 환자이며 88년 서울올림픽 당시에도 에이즈를 앓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그러면 자신을 치료했던 의사는 어떻게 되고 자신의 피가 섞여 있는 풀 속으로 다이빙을 했던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올림픽은 그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다. 그런데 하나도 어려운 금메달을 부부가 혹은 연인이 한꺼번에 따낸 경우가 있다. 이른바 ‘금메달 커플’이다.

1956년 멜버른에서 올림픽사상 처음으로 로맨스가 꽃피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투원반 금메달리스트인 올가 피코토바 선수와 미국의 투헤머 금메달리스트 헤럴드 코널리 선수의 염문이 나돌았다. 결국 이들은 국제결혼을 해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타 모니카에서 두 아이를 낳고 잘 살았다.

올가 여사는 ‘운명의 링’이라는 책을 펴내 또 한번 화제를 뿌렸다. 책이름을 ‘운명의 링’이라고 붙인 것은 오륜기의 무늬와 결혼 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1932년 LA 올림픽 때는 미국의 다이빙 선수인 마이클 갈리젠과 조지아 쿨맨이 약혼한 상태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한 달 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때 부부가 교환한 메달이 모두 8개였다.

우선 남편 갈리젠은 스프링보드 다이빙 금메달, 하이다이빙 은메달, 갈리젠은 4년 전 1928년 암스텔담 대회에서도 두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었다.

부인 조지아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스프링보드 다이빙에서 금메달, 하이 다이빙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조지아 역시 4년 전 암스텔담대회에서 하이 다이빙 은메달, 스프링보드 다이빙에서 동메달을 차지했었다.

기영노/스포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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