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北 홍창수 첫세계챔피언…조인주에 판정승

  • 입력 2000년 8월 27일 18시 47분


‘승부는 승부.’

남북한 화해무드속에 27일 일본 오사카 공립체육관 특설링에서 열린 프로복싱 WBC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조인주(30·풍산체육관)와 북한국적의 조총련계 재일동포 3세 홍창수(26·일본 가나자와체육관)의 세계 타이틀전.

이날 경기는 경기시작전부터 끝날때까지 민단과 조총련이 태극기 인공기 한반도기를 함께 흔들며 ‘우리는 하나’임을 과시하는 등 남북이 하나되는 장이었다.

그렇지만 승부는 냉정한 것. 조인주와 홍창수는 자존심을 걸고 한치의 양보없는 난타전을 펼쳤다. 결국 승자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몰아붙인 홍창수였다.

홍창수는 이날 6차방어에 나선 조인주의 롱런가도에 제동을 걸며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북한국적 선수론 사상 처음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챔피언과 도전자가 뒤바뀐 듯한 양상. 도전자 홍창수는 1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무섭게 파고들어 조인주를 얼굴을 가격하며 기세잡기에 나선 반면 챔피언 조인주는 연타 몇 대에 다리가 풀리는 등 시종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다.

2회 중반 조인주의 얼굴을 연속으로 강타해 자신감을 얻은 홍창수는 3회 시작과 동시에 파고드는 조인주를 왼손 카운터펀치로 거푸 가격, 휘청거리게 만들며 완전히 주도권을 틀어잡았다.

승리를 예감한 홍창수는 더욱 힘을 얻어 몰아붙었고 결국 4회 1분58초만에 원투 스트레이트를 조인주의 얼굴에 적중시켜 첫 다운을 빼앗았다.

홍창수의 거센 공격에 맥을 못춘 조인주는 간간이 반격을 노렸지만 제대로 된 펀치 한번 성공시키지 못했고 되레 카운터펀치를 계속 허용, 18연승만에 첫패를 당했다. 하지만 조인주는 오른쪽 눈밑이 2회부터 찢어져 10회부터 얼굴이 피범벅이 되고 트렁크가 빨갛게 물들었음에도 12회까지 끝까지 선전하는 투혼을 보여 박수를 받았다.

이날 챔피언에 등극한 홍창수는 22승1무2패(5KO)를 기록하며 세계 프로복싱계의 새별로 떠올랐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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