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전]이영표 '한방' 만리장성 '휘청'

  • 입력 2000년 7월 29일 01시 03분


한국이 만리장성을 넘어 올림픽 8강 전망을 밝혔다.

올림픽대표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한국은 28일 중국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열린 한중 축구정기전에서 후반 7분 이천수의 패스를 받은 이영표가 상대 골네트를 가르는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로써 78년 이후 시작된 중국과의 역대 대표팀간 경기에서 21전 14승 7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중국전 절대 우위를 지켰다.

이날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은 쪽은 중국. 9월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와일드카드 선택에 고심중인 한국은 국내 프로무대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김도훈과 최용수를 투톱으로 내세워 기선제압을 위해 초반 대량 득점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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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표팀 소집후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탓인지 플레이메이커 이천수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진에서 최전방으로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의 빠른 측면 돌파에 번번이 뚫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코너킥수가 한국이 1개에 그친 반면 중국은 6개나 됐고 슈팅수에서도 5대7로 열세였던 것이 단적인 예. 중국의 거친 수비도 한국의 공격흐름을 끊는 데 일조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터진 중국 우청임의 센터링에 이은 스트라이커 리빙의 헤딩슛은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후반 7분 이영표의 첫 골이 터지며 경기흐름은 완전히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로 바뀌었다. 재간둥이 이천수가 하프라인에서 넘어온 공을 잡은 뒤 패널티지역 중앙으로 중국 수비수들을 불러낸 틈을 타 골지역 오른쪽으로 순간 돌파를 시도하던 이영표에게 스루패스한 공이 이영표의 오른발을 거쳐 득점으로 연결된 것.

이어 후반 최용수와 교체 투입된 이동국이 10분에 위협적인 중거리슛으로 중국 수비진을 뒤흔든 뒤 17분에는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맞기도 했지만 추가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한국은 후반들어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된 장신 왕타오(194cm)의 위협적인 문전 쇄도에 몇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부쩍 성장하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박동혁과 조세권이 강철 김상식과 손발을 맞춰 골문을 봉쇄하며 승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올초 유고출신의 명장 밀루티노비치감독을 영입한 뒤 최강의 전력으로 공한증 탈출에 나선 중국은 또 다시 한국의 높은 벽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월드컵 청부업자’로 불리는 밀루티노비치감독은 부임후 지금까지 A매치에서 1무2패로 부진해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절박한 처지. 그래서 밀루티노비치감독이 한국팀 전력분석에 쏟은 정성은 남달랐다.

올 2월 북중미골드컵에서도 한국팀을 지켜봤고 5월 유고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 이어 지난달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LG컵 4개국대회에도 쫓아와 한국팀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하지만 밀루티노비치감독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축구의 숙원인 공한증 탈출에 실패하며 자리보전도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김상호·양종구기자>hyangsan@donga.com

▽전적한국1―0중국득점〓이영표(후7·도움〓이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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