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김수녕, 신궁-평범한 주부-6년만의 재기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11분


‘독사’.

별명치곤 섬뜩하지만 김수녕을 이처럼 잘 표현해주는 말은 없다. 마치 ‘독을 품은 뱀처럼’ 경기장에 들어서면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과 강한 승부욕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그가 처음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87년 프랑스오픈 국제양궁대회. 당시 여고 1년생 김수녕은 국제무대 첫 출전인 이 대회에서 싱글 30m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여자개인전 1위와 단체전을 휩쓸어 양궁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김수녕의 앞길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88년 서울올림픽에서 개인과 단체에서 2개의 금메달, 89년과 91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2관왕 2연패…. 그가 전성기 때 경신한 세계신기록만 무려 21개. 그에겐 ‘신궁’이란 찬사가 덧붙여졌다.

세계양궁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김수녕은 93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94년 체육교사인 이기영씨와 결혼하면서 활을 놓았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6년. 그러나 몸 속에 흐르는 ‘양궁인의 피’를 주체할 수 없었던 김수녕은 지난해 8월부터 놓았던 활을 다시 잡았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속에서 시간을 쪼개 경기체고와 상무에서 하루 6시간 정도 훈련을 이어갔다. 처음엔 힘이 들어 하루 100발 정도 쐈지만 틈틈이 푸시업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보강한 뒤 하루 평균 200∼250발로 훈련량을 늘렸다.

지난해 10월31일부터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복귀무대로 가진 김수녕은 경기를 치르면서 전성기의 감각을 완전히 회복, 결국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힘들다’는 국내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8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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