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축구 현주소/지도자]체험위주 구식 훈련 되풀이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한일 유소년 축구 최정상 팀이 기량을 겨루는 ‘2002년 월드컵공동개최기념 2000 한일소년축구대회(동아일보·아사히신문 공동주최)’가 25일과 26일 이틀간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다. 이와 때를 맞춰 양국 유소년축구 육성 체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국내 유소년축구의 발전방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현재 한국초등학교축구연맹에 등록된 팀은 모두 246개. 팀당 한두명의 코치가 지도하고 있다고 보면 300여명이 유소년축구를 지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모두 대한축구협회에서 연 2회 일주일씩 실시하는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해 간단한 테스트를 받은 후 3급 자격증을 받아 일선에 투입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대부분 고교나 대학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코치들은 자신이 배웠던 구식 트레이닝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데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선진 축구 기술을 체득할 여력도 없다.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 열풍처럼 불고 있는 축구 유학 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간간이 스포츠용품 메이커인 키카, 나이키 등과 공동으로 지도자 재교육 차원의 축구코칭 클리닉을 열고 있다. 그러나 수강 인원이 제한돼 있는데다 기간도 짧아 폭넓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협회가 올해부터 매달 발간하는 기술보고서도 ‘수박 겉핥기’식에 그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발표한 유소년 지도자 해외연수 프로그램 역시 높은 외국어 점수 커트라인 때문에 한 건도 상사된 게 없다.

결국 유소년축구 발전은 협회 기술위원회나 연구분과위원회에서 서둘러 체계적인 한국형 축구교재를 내놓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 과정에서 촉망받는 일선 유소년 지도자들을 선발해 통역을 붙여 과감히 외국에 내보내야 한다.

프로나 실업 대학 등의 지도자보다 초등학교 지도자는 ‘한 수 아래’라는 축구인들의 인식 변화도 절실히 요구된다. 일본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지낸 이시이 요시노부(60)는 “각론보다 원론이 훨씬 중요하다”며 오키나와의 이시가키라는 시골 유소년축구팀 코치를 맡고 있다. 지난해 프로축구팀 부산 대우에서 은퇴한 김주성씨가 유소년 상비군 감독이라는 중책을 제안받고도 극구 사양한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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