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서 3국지' 논쟁]부친후광 앞세운 '3류 코미디'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세계 여자프로복싱계에 ‘성 상품화 논쟁’이 뜨겁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복싱전문 칼럼니스트인 팀 그래엄의 인터넷사이트 논평을 통해 “이제 여자복싱은 쇼 수준을 넘어 코미디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래엄은 “불과 2년전만 해도 여자복싱에는 크리스티 마틴, 루시아 리커, 수미아 아나니, 캐시 콜린스 등 정상급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버지의 명성을 앞세운 초보복서들과 섹스심벌이 판치는 링이 됐다”고 한탄했다.

여자프로복싱이 이처럼 변질된 것은 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딸 라일라가 데뷔후 3연속 KO승을 거두면서.

이어 38세 주부인 조 프레이저의 딸 재키 프레이저 라이드가 올초 데뷔전을 KO로 장식했고 조지 포먼의 딸 프리다마저 복싱입문을 선언한 상태.

뿐만 아니다. 플레이보이 표지를 장식했던 누드모델 미아 세인트 존도 버젓이 링을 활보하고 있고 아키 무어와 로베르트 두란의 딸은 데뷔전을 라이벌전으로 치를 계획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침체됐던 여자프로복싱계는 팬의 눈길이 모아지는데 즐거워하기보다는 잃어버리는 게 더 많은 것이 사실. 팬은 이제 이들의 플레이보다는 ‘철권 아버지’들의 후광과 예쁜 다리를 감상하기 위해 링을 찾게 된 것.

그래엄은 “재키 프레이저 라이드는 38세에 프로입문했지만 정작 우리의 영웅이었던 프레이저는 37세에 은퇴했다. 라이드의 실력은 기껏해야 복싱 유치원생 수준인데 등을 돌리고 달아나는 상대로부터 놀라운 1회 테크니컬 KO승을 거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력파 여성복서 리커의 매니저인 스탠 호프먼도 “이들의 등장은 몇년간 남자들과 똑같이 피나는 훈련을 한 선수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며 개탄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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