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상진아 일어나라』…위암말기 투병 후배위로

입력 1998-12-02 19:27수정 2009-09-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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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운동할 애가 여기 누워있으면 어떡해? 빨리 일어나야지.”

“밥도 잘 먹으니 금방 일어날 겁니다. 걱정마세요.”

2일 오전 서울 중앙병원 항암제투여실. 전날 일본에서 일시 귀국한 이종범(28·주니치 드래건스)은 핼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있는 후배 김상진(21·해태)을 보자 이내 목이 멘다. 눈주위는 불그레하게 상기됐지만 눈물만은 애써 감추고 있었다.

오히려 김상진이 선배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애쓰며 입술을 깨문다.

“볼에 살이 많아 보기 좋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리는 이종범. 김상진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떨군다.

해태의 ‘차세대 에이스’ 김상진. 그가 ‘꽃다운 청춘’에 ‘날벼락’같은 암판정을 받고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위암말기(4기). 그러나 그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김상진은 10월8일 광주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져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목뼈 종양제거 수술을 받던 중 ‘천형’을 알았다.

가족들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그를 중앙대병원으로 옮겼다. 대답은 역시 ‘길면 1년’이었다. 그리고 악몽의 한달. 변한 것은 김상진이 자신의 병을 제대로 알게 된 것과 먹지 못해 몸무게가 83㎏에서 72㎏으로 준 것 뿐.

그는 매일밤 휴대전화를 꼭 껴안은 채 잠이 든다. 자신을 찾아주는 팬의 목소리를 들으면 삶의 의욕이 샘솟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상진이가 빨리 일어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형 권용씨의 나지막한 흐느낌만이 병상을 맴돌고 있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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