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김화성/「보통 유도인」꿈꾸는 전기영

입력 1998-07-12 20:37수정 2009-09-2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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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국가대표 최종선발전이 벌어진 7일 올림픽 제2체육관. 한국유도의 최고스타 전기영(25)은 이날따라 힘이 없어 보였다.

알고도 넘어간다는 그의 업어치기는 각이 밋밋했고 다리는 중심축이 되지 못하고 후들거렸다.

잡기싸움에서도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자신있게 상대를 잡아끌지 못하고 되레 끌려 다녔다. 무슨 이유였을까. 무릎십자인대의 부상이 아직도 다 낫지 않았기 때문일까.

사실 전기영은 지쳐 있었다. 대표팀 탈락이 확정된 후 한 구석에 앉아있는 그의 표정은 차라리 홀가분해 보였다.

“무릎부상이 완쾌되지 않은데다 그동안 석사논문 쓰느라 거의 한달간 훈련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솔직히 뒤늦게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공부해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전기영이 누구인가. 93,95,97년 세계선수권대회 3연속 제패.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 95년 아시아 선수권우승 등 태극마크를 단 92년이래 그는 86㎏급 세계최강자로 군림해왔다.

12월 방콕아시아경기에서 우승하면 한국유도사상 처음 ‘유도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전기영인들 왜 그걸 이루고 싶지 않을까.

“이번에 대표팀에 발탁되면 다시 12월까지 태릉선수촌에서 금메달의 부담 속에 수도승처럼 생활해야 하는데 이젠 그것이 갈수록 불안하고 초조해져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상의 자리. 그곳에 선 전기영은 이제 승부사가 아니라 유도를 즐기고 사랑하는 ‘보통 유도인’으로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듯 했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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