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伊 바조 『노장은 살아있다』…조국구한 동점골

  •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12분


“노병은 살아있다.”

12일 벌어진 이탈리아 대 칠레, 카메룬 대 오스트리아의 경기는 이 말을 실감케 한 명승부.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조(31)와 오스트리아의 안톤 폴스터(34).

이들은 남미와 아프리카의 복병 칠레와 카메룬의 맹공에 침몰 직전까지 간 팀을 극적으로 구해내 “역시 노병은 위기에 강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94미국월드컵 브라질과의 결승에서 승부차기를 실축, ‘고개숙인 남자’가 됐던 바조의 이날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그는 1대2로 뒤지던 후반 40분 강력한 슈팅을 날려 칠레 수비수 푸엔테스의 핸들링 반칙을 유도,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자신이 직접 키커로 나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미국월드컵에서의 승부차기 실축 이후 4년동안 대표팀 경기에 단 한번밖에 기용되지 않을 정도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오던 그는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신예 스트라이커 델 피에로가 다치는 바람에 턱걸이로 대표팀에 선발됐었다.

88년 대표팀에 첫 선발된 뒤 월드컵에만 세번째 출전한 그는 1m74, 73㎏의 알맞은 체구에 문전 앞에서의 슛 동작이 발군.

8년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은 오스트리아의 폴스터도 ‘돌아온 노병’. 90이탈리아월드컵에서 뛰었던 그는 94미국월드컵 예선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본선 진출권 확보에 실패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1m88, 86㎏의 당당한 체격에 국가대표팀간 경기에서 1백20골을 기록중인 그는 카메룬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렸다.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는 역시 경험있는 노장들이 필요한가 보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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