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권순일/『16강 좌절땐…』태극전사들 부담감

  • 입력 1998년 6월 4일 22시 12분


3일 한국월드컵축구대표팀 ‘포토 데이’.

격전지 프랑스로 떠나기 직전 월드컵전사들의 모습을 미리 담아두려는 국내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훈련 관계로 30분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취재진은 짧은 시간에 이런저런 주문을 했다.

그런데 차범근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평소와는 달리 시종 침울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빨리 훈련을 해야 된다”며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본선이 임박하면서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요즘 16강 진출 얘기뿐이니 잠이 안 올 정도”라고 털어놨다.

4년마다 치르는 월드컵. 이미 몇차례 경험했듯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

때문에 이 기대를 떨칠수 없는 부담으로 느끼는 것이 문제다. 부담감은 역효과로 나타나게 마련.

지난해 6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출국 전부터 “세계4강은 문제없다”는 식이었고 이 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한 한국팀은 이기리라던 남아공과의 첫대결에서 비긴데 이어 브라질전에서는 3대10으로 참패를 했다.

국민이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팀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반드시 16강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라기보다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제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달라는 것일 게다. 부담없이 당당한 모습을 보일때 1승이든, 16강이든 이룰 수 있는 것 아닐까.

“이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월드컵에서 한국선수들이 제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면 국민은 만족할 겁니다.”

요즘 본사에 걸려오는 팬의 전화내용은 대부분 한국팀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좀더 환한 표정으로 자신을 갖고 월드컵에 임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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