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선수들은 단순하다. 천하의 내로라하는 핵주먹들도 알고보면 어린애같은 면이 많다. 그래서 때로는 어린아이같은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복서들도 링에서 내려오면 보통사람들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인간. 오히려 한번 받은 정신적 상처는 보통사람보다 더 깊고 오래간다.
최근 들어 이런 저런일로 실의에 빠졌던 유명복서들이 잇따라 좌절을 딛고 우뚝 일어서서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울보」로 더 잘 알려진 전 WBC헤비급챔피언 올리버 머콜은 5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재기전에서 좌우 스트레이트와 올려치기 연타로 상대 브라이언 예테스를 몰아붙여 8회 1분36초만에 TKO승 했다.
지난달 자격정지 해제로 재기전에 나선 머콜은 『또 울어봐라, 못난이 바보야』라고 야유를 퍼붓는 관중들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종 자신 있는 펀치로 두차례나 다운을 빼앗았다.
머콜은 지난 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레녹스 루이스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갑자기 엉엉 울며 싸울 의사를 보이지 않아 5회 실격패했었다. 머콜은 경기가 끝난후 『루이스와 다시 싸우고 싶다』며 재기에의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WBA헤비급 챔피언타이틀전중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 뜯어 프로복싱계에서 영구제명된 「핵이빨」 마이크 타이슨은 5일 미국 ABC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당시 경기장면을 보면 내자신도 역겨움을 느낀다. 나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다』며 자신의 행동을 뼈아프게 자책했다.
홀리필드와의 경기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타이슨은 『정서가 불안정하고 단순한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나를 바꾸기가 매우 어려웠다. 변한다는 사실 자체가 두려웠다. 그러나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고 그동안의 정신적 고통과 한 인간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을 비교적 담담하게 토로했다.
올해 나이 마흔여섯으로 복서로서는 한물간 「왕년의 돌주먹」 로베르토 두란(파나마).
그는 『내년쯤 슈가레이 레너드(40·미국)와 마지막 경기를 가진 후 은퇴하고 싶다』며 공개도전의사를 밝혔다.
두란은 레너드와 세번싸워 1승2패. 지난 80년 첫대결에서는 판정승, 5개월 뒤 재대결에서는 8회기권패했다. 절치부심하던 두란은 9년 뒤인 89년 다시 레너드와 싸웠으나 12회 판정패를 당했다.
두란은 『레너드전이 복싱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며 『은퇴후에는 가수로 제2인생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