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서 필로폰 나왔는데 ‘마약 운전’ 무죄…법원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8일 09시 59분


“경찰이 확보한 소변, 피의자 것으로 인정 어려워”

뉴시스
필로폰을 투약한 채 난폭운전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경찰의 소변 시료 보관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필로폰 소지 등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했고, 마약운전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17일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이호연 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약물중독 재활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이 남성은 2024년 6월 1일 오후 9시 30분경 부산 동래구에서 북구까지 경찰 추격을 피해 약 8.3㎞를 도주하며 난폭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남성은 부산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몰다가 갑자기 역주행을 했다. 또 마주 오는 차량 2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경찰의 추격에도 계속 달아났다. 8.3㎞ 가량 난폭운전을 한 끝에 차량은 담벼락을 들이받은 뒤 멈춰 섰다.

그는 터널 안에서 진로 변경 위반 9회, 중앙선 침범 2회, 안전지대 침범 1회, 진로 변경 방법 위반 6회 등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 등이 전치 4주를 상해를 입었고, 차량 2대가 파손됐다.

남성은 차를 버리고 도주했으나 한 주차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남성의 가방에서 흰 가루가 든 비닐 지퍼백 2개를 발견했다. 이 가루는 필로폰이었다.

이후 경찰은 그의 소변을 임의 제출 받아 감정한 결과 필로폰 및 암페타민 성분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검찰은 남성이 차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뒤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남성의 필로폰 투약과 그로 인한 위험운전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확보한 소변 시료의 채취·보관·인계 과정에 문제가 있어 해당 시료가 해당 남성의 것인지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또 유일한 증거물인 소변의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외 다른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남성의 필로폰 투약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남성의 필로폰 투약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간이 시약 검사 결과와 소변 감정 결과가 있다”며 “하지만 이 증거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진실임을 확신하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필로폰 소지·매매·수수 혐의와 도주치상, 난폭운전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마약#필로폰#난폭운전#마약류관리법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