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자율주행 장치를 장착해 준다는 한 업체에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 업체는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콤마ai’를 기존 차량에 장착하면 스스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고 차로까지 변경해 준다며 설치 비용으로 200만 원을 요구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인증받지 않은 불법 제품이지만, 업자는 “현지 정품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처럼 최근 국내에서 당국의 인증을 받지 않은 운전자 보조 장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조향·제동장치를 임의로 설치하거나 개조해 사용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규제를 담당하는 국토부 관계자는 “(콤마ai의) 임의 설치와 조작은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 신고가 들어온 게 없어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테슬라 FSD 4분의1 가격” 꽉 막힌 ‘K자율주행’에 불법개조 기승
미인증 보조 장치 성행 “운전할때 이 장치가 99% 다해준다”… 자율주행 제한된 국산차 유저 유혹 국토부 “임의 조작-탑재 위법 소지 커”… 전문가 “사고시 보험금 못 받을수도”
“운전할 때 이 장치가 99%는 다 해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미인증 자율주행 장치 콤마ai를 장착해 준다는 업자는 기기 성능을 묻자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이 업자는 포털사이트 등에 ‘미래형 드라이빙을 경험하라’며 전화 상담을 홍보하고 있었다. 국산 차의 순정 주행 보조 기능이 차로 유지나 앞차와의 거리 유지 등 기초적인 수준에 그친다면, 이 장치는 스스로 차로까지 변경해 주기 때문에 운전대에서 손을 떼어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기기를 임의로 설치해 조향·제동장치를 제어하는 건 위법 소지가 크다. 그런데도 미인증 자율주행 장치가 성행하는 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데 이를 담아내지 못하는 국내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테슬라 FSD 4분의 1 가격에 ‘불법 개조’
콤마ai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장치는 기기와 연결선을 합쳐 현재 999달러(약 15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설정한 속도를 유지해 주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탑재된 차량이면 대부분 장착이 가능해 국산 차 운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실제로 홈페이지에는 현대자동차 44종, 기아 40종이 지원 대상이라고 안내돼 있다. 일반인이 혼자 설치할 수 있도록 룸미러를 뜯고 차량 전면 카메라와 기기를 연결하는 15분짜리 가이드 영상까지 올라와 있다.
취재팀이 접촉한 설치 대행 업체는 기기 구매부터 장착까지 약 200만 원이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감독형 자율주행 시스템(FSD) 옵션(약 900만 원)과 비교하면 4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업체 측은 “순정 기능은 교차로처럼 차선이 없는 곳에선 꺼지지만 이 장치는 그렇지 않다”며 “순정 기능을 돕는 방식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토교통부에선 “주요 제어장치를 임의 조작하고 인가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했다.
운전자들이 미인증 장치를 이용하는 것은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여러 규제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국산 차는 차량 흐름을 읽고 스스로 깜빡이를 켜며 추월 주행을 하는 첨단 기능을 오직 ‘중앙분리대가 있는 고속도로’에서만 쓰도록 제한받는다.
테슬라 FSD 가운데 국내에서 제한된 기능을 강제로 활성화하는 ‘탈옥’ 시도가 올해 초 총 85건 잇따르기도 했다. 사제 장치를 연결해 접속 지역을 우회하면 국내에서 FSD를 지원하지 않는 모델도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었다. 국토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제조사는 우회 경로를 차단해 일단락됐지만, 위법한 자율주행이 언제든 가능함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자유롭게 쓰는 기능을 국내에선 시범 운영조차 하기 어렵다 보니 틈새시장에서 불법이 성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불법 개조, 보험금 청구 거절 가능성”
문제는 현재 국내에는 기술 분류상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레벨3(조건부 자동화) 이상의 기술이 담긴 차가 없어, 관련 사고는 모두 일반 운전 과실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 제작사의 사고 신고서를 기반으로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자 보조 기능을 이용한 사고는 81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22년(7건)에 비해 3년 만에 11.6배로 늘었다.
검증되지 않은 기능이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미인증 자율주행 장치를 체험해 봤다며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음이 나지 않는다’ ‘주행 중 방향지시등만 켜면 알아서 차로를 바꿔준다’ ‘테슬라급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등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인증 장치에 의존하다가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막대한 법적·경제적 책임을 짊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불법으로 장착한 장치를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의 경우 보험사에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이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라며 “아직 자율주행 시대가 온전히 오지 않았다는 점과 벌칙 규정에 대한 정리와 홍보를 정부에서 나서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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