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청장 선거, ‘관광세 도입’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26일 04시 30분


與 “쓰레기-소음 중구민이 떠안아”
野 “다른 구로 관광객 이동할 것”

올해 1분기(1∼3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중구청장 선거에서 ‘관광세’ 도입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서울시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동현 서울 중구청장 후보는 최근 ‘1호 공약’으로 중구 관광세 신설을 내걸었다. 중구에는 명동과 남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남대문시장 등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서울 대표 관광지가 몰려 있다. 이 후보는 “중구는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지만 정작 쓰레기 문제와 소음 문제는 고스란히 중구민이 떠안고 있고, 우리 구민의 삶으로 돌아오는 혜택은 단 하나도 없다”며 “걷힌 재원의 절반은 구민의 일상에, 절반은 관광 재투자에 돌려드리는 ‘반반의 선순환’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우선 중구 내 관광업계와 협약을 맺어 세외수입 성격의 분담금 형태로 사실상 관광세를 걷고, 이후 조례 제정이나 세법 개정을 통해 정식 제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 중구청장인 국민의힘 김길성 후보는 관광세 도입으로 관광비용이 증가해 외국인 방문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김 후보는 “명동과 중구는 관광객을 더 유치해야지, 세금 부과로 유입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며 “숙박세 형태의 관광세를 도입할 경우 관광객들이 종로·마포·서대문 등 인근 지역으로 숙소를 옮기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제도 도입의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관광세 주장이 등장한 배경에는 최근 급증한 외국인 관광객이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3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한 476만 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외 주요 관광도시들은 ‘오버 투어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세를 도입하고 있다.일본 도쿄와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인도네시아 발리 등은 관광객 증가에 따른 환경·교통·주거 문제 대응 차원에서 숙박세나 관광세를 부과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관광세 도입 사례가 없다. 제주도는 2012년부터 ‘환경자산보전협력금’ 등의 명목으로 관광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관광업계의 방문객 감소 우려 주장에 무산됐다.

이인재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이 실제 오버투어리즘 상태인지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먼저 필요하다”며 “관광세를 걷는다면 관광산업과 지역경제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 충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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