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 ‘짠테크’ 또는 ‘재테크’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5일 01시 40분


10년새 두배로 오른 가격에 발품
도매시장 찾고 중고거래로 구입
“경제관념 교육겸 장기투자 효과”
삼전 주식 0.1주-미니 금 선물도

어린이날을 앞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의 한 매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6.5.3. 뉴스1
어린이날을 앞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의 한 매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6.5.3. 뉴스1
“인터넷보다 시장이 몇천 원 더 저렴해서 직접 사러 나왔어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문구완구 거리. 9세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강현선 씨(45)가 요즘 어린이 사이에서 유행하는 ‘키캡’(키보드 자판 덮개)을 살펴보며 이같이 말했다. 강 씨는 “아이가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제품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보통 7000원인데 여기선 4000원이라서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고 했다.

● 10년 새 선물비 2배 껑충, 발품 파는 부모들

고물가로 생계 부담이 커지면서 어린이날을 앞두고 ‘가성비’ 선물을 찾는 부모가 늘고 있다. 4일 영어교육기업 윤선생이 학부모 622명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어린이날 선물 구입 예상 비용은 평균 9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조사(4만9000원) 대비 10년 만에 1.9배로 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 대신 도매시장이나 중고 거래 등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가는 어린이날 선물을 사려는 이들로 붐볐다. 백화점에선 정가가 10만 원이 넘을 인기 캐릭터 장난감이나 공주 의상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인기를 끌었다. 6세 딸을 위해 아동복 상점에서 3만 원짜리 자홍색 공주 드레스를 산 김민석 씨(35)는 “시장에 오니 저렴하게 고를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쇼핑을 나온 이재진 씨(34)도 “아이 1명당 5만 원 이하 선물을 고르게 했다”며 “옷도 여러 벌 사 갈 생각”이라고 했다.

중고 장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동 구매를 통해 비용을 아끼는 경우도 있었다. 조미연 씨(41)는 “SNS 공동 구매로 놀이공원 티켓을 정가보다 50% 저렴하게 샀다”고 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어린이날 선물’을 검색해 보니 2만 원대 이하 어린이용품을 판매하는 최근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한 판매자의 중고 슬라임 장난감은 게시하자마자 ‘판매 완료’가 떴다.

● ‘삼성전자 0.1주’-미니 골드바도 인기

4일 코스피가 처음으로 6,900 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을 이어가면서 자녀에게 재테크 교육을 겸해 자산을 선물하려는 부모도 적지 않았다. 주식 관련 카페에는 “올해부터는 장난감 대신 0.1주 등 소수점으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에서 삼성전자를 사주기로 했다”, “아이 어릴 때 미리 시작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박모 씨(40)는 “장난감은 한 달만 지나도 구석에 방치되기 일쑤지만, 주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이 된다는 확신이 있다”며 “올해는 아이와 함께 직접 종목을 고르며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동 불안 등의 여파로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2만∼10만 원 선인 0.1∼0.5g 단위 미니 골드바 등 소액으로 살 수 있는 귀금속도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 김포시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강경원 씨(42)는 “어린이날을 맞아 판촉한 미아 방지 목걸이도 여러 개 팔렸다”며 “미래에 금과 은 가격이 더 오를 거라고 기대하고 투자를 겸해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부모들이 저렴한 선물이나 자산 가치가 있는 선물로 몰리고 있다”며 “한동안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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