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장영훈]국힘 TK 공천 잡음… 선거 불신 우려

  • 동아일보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대구 경북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컷오프(공천 배제) 불만’ 수준이 아니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론조사 조작, 금품 제공 의혹까지 제기돼 선거판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공천이 끝나기도 전에 선거의 정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대구에서는 공천 결과를 두고 ‘대표성 실종’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를 선택하기도 전에 선택지가 이미 좁혀진 셈이다. 공천이 민심을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민심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북은 경선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봉화에서는 특정 출마자 측이 여론조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봉화군 외 지역 인사들을 입당시키고, 주소지를 봉화로 기재한 뒤 여론조사 참여를 독려했다는 내용이다. 금품 제공 정황까지 있어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군위에서는 책임 당원 위장 전입 의혹 등으로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상황까지 벌어졌다. 해당 지역 후보는 21일 “경선 공정성이 훼손됐다.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포항 등의 공천 과정에서는 일부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천 단계에서 걸러야 할 문제들이 그대로 선거판으로 넘어오면서 유권자들은 ‘정책 경쟁’이 아니라 ‘의혹 경쟁’을 지켜보는 처지다.

선거 이후가 걱정이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당선자가 결정되고, 이후 수사나 재판으로 문제가 드러나면 지역은 또 행정 공백과 보궐선거라는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보수 텃밭이라는 본선 경쟁이 덜한 구조 속에서 공천의 투명성이 떨어지면서 그 틈에서 불신이 자라고 있다. 예전엔 결과가 모든 것을 이해시켰지만, 지금은 과정이 흔들리면 결과도 인정받기 어렵다.

유권자들의 시선은 이미 달라졌다. 누가 이기느냐보다 어떻게 이기느냐를 묻기 시작했다. 공천이 공정하지 않다면 그리고 선거 과정이 깨끗하지 않다면 그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천 마무리가 아니다. 공천 기준과 과정에 대한 설명, 제기된 의혹에 대한 신속하고 투명한 검증, 그리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이어진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책임이다. 이 조건들이 빠진 공천은 ‘승리 전략’이 아니라 ‘패배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대구 경북은 늘 보수 정치의 심장으로 불렸다. 심장이 건강하려면 피가 제대로 돌아야 한다. 지금처럼 공천과 선거 과정 곳곳이 막히고 뒤틀린 상태라면, 그 심장은 오래 버티기 어렵지 않을까.

#국민의힘#6·3 지방선거#공천 잡음#대구 경북#무소속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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