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통합, 지역의 미래를 묻다] 〈3〉 부울경, 국내 최대 경제수도로
자동차-조선-항공 시너지 기대… 철도-항만 연계하면 ‘1시간권’
주민투표 후 특별법 제정 수순… 정부에 ‘자치-조세권 이양’ 요구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왼쪽부터)이 지난해 4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3회 부울경 경제동맹 정책협의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와 울산시, 경남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15개월간의 논의를 마무리하고 최종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 진해구 부산신항 내 동원글로벌터미널 홍보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추진 로드맵과 정부에 요구할 조건을 공개했다. 수도권 일극 구조에 대응할 초광역 행정체계 구축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통합을 현실화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전제가 필요한지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 인구 775만 명… 수도권 다음 큰 광역지자체 전망
부산과 울산, 경남이 행정통합을 이루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초광역 도시가 탄생한다. 현재 부울경 인구는 약 775만 명으로 지방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정부의 행정통합 대상 지역 중 가장 규모가 큰 광역단체가 될 전망이다.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366조 원에 달해 단일 광역지자체 기준으로 수도권 다음 규모의 경제권이 형성된다.
이 지역의 특화된 산업 기반도 초광역 통합의 강점으로 꼽힌다. 울산의 자동차 산업, 부산·울산·경남의 조선 산업, 경남의 항공 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가 주력 산업이다. 여기에 차세대 원자력과 수소, 항공우주 등 미래 전략 산업까지 더해져 산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개별 지자체 차원에서는 산업 간 연계와 대규모 전략 수립에 한계가 있었지만 행정통합이 이뤄질 경우 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울경은 이 같은 산업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엮어 친환경·지능형 기술을 접목한 육해공 통합 모빌리티 허브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울산과 경남이 제조와 실증을 담당하고 부산이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R&D), 금융·서비스 기능을 맡는 역할 분담 구상이다. 산업 기능을 초광역 단위로 재배치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부울경 초광역 협력은 이미 일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23년 3월 출범한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 추진단은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 △초광역 인프라 구축 △인재 육성 및 관광 플랫폼 공동 추진 등 3대 분야에서 총 14개 사업을 선정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 행정통합은 이러한 협력 체계를 제도적으로 고도화하는 단계로 평가된다.
교통·물류 인프라도 통합을 통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 추진단 논의 과정에서 부울경을 1시간 생활권으로 묶기 위한 광역 철도망 공동 구축 구상이 제기됐다. 부산∼울산∼양산 광역철도와 부산형 급행철도 노선이 포함된 울산∼부산∼창원 대심도 철도(GTX급) 건설이 핵심 사업이다. 이와 함께 부산신항과 진해신항, 가덕도신공항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동북아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 초광역 교통·물류망 구축을 통해 산업 경쟁력과 생활권 통합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산 강서구와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걸쳐 있는 부산신항 전경. 부산신항은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이 수천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에 이르는 국내 최대 국제무역항으로, 부울경 행정통합이 이뤄질 경우 인근 산업단지와 연계해 초광역 물류·산업 거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이곳에서 행정통합 추진과 관련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완전 자치, 조세권 등 요구
부산시와 경남도는 행정통합 추진을 위한 단계별 로드맵도 제시했다. 연내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내년 특별법 제정을 거쳐 2028년 총선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한다는 구상이다. 주민투표와 자치권 보장을 선결 과제로 못 박으면서 올해 6월 통합 선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두 시·도는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완전한 자치·재정 분권’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2.5대 7.5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최소 6대 4로 조정해 매년 약 7조7000억 원 이상의 재원을 항구적으로 확보해달라는 주장이다.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이 확보돼야 초광역 통합의 효과가 실질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조금을 완전한 포괄 보조 방식으로 전환해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보장하고, 입법·조직·행정 등 핵심 권한을 이양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이 함께 이전되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시장과 박 지사는 지난달 28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행정통합 인센티브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광역지자체의 중장기적 구조 개편을 뒷받침하기엔 기간과 규모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대응하는 산업·경제 규모에 걸맞은 확실한 재정분권과 자치분권이 선행돼야 하고, 이는 반드시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통합 논의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울산시도 최근 ‘완전한 분권’을 전제로 통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한시적 재정 인센티브가 아닌, 미국 연방제 수준의 권한 이양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초광역 협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중앙집권적 구조가 유지된 채 행정구역만 확대하는 방식은 또 다른 지역 간 쏠림과 시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지능 산업과 같은 미래 전략 산업의 설계, 지역 특성에 맞는 개발을 위해 지방정부에 종합적인 정책 결정권을 이양하는 것이 필수이며 이는 부울경 행정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선행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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