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파괴자”…뮌헨안보보고서, 트럼프 정면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10일 22시 17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2026.02.09.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2026.02.09.AP 뉴시스
“세계는 이제 파괴적인 ‘철구(鐵球‧wrecking-ball) 정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뮌헨안보회의 운영진은 오는 13~15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회의 개막을 앞둔 9일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질서를 가장 앞장서서 파괴했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질서의 제약에서 국가를 해방하고 더 강하고 번영하는 나라를 재건하겠다고 약속하는 이들 중 가장 두드러진 존재”라며 ‘대서양 동맹’을 해체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국제 질서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이 이제는 80년 넘은 ‘전후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많은 서구 사회에서 개혁보다 파괴를 선호하는 정치 세력이 힘을 얻는 가운데, 가장 강력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불도저 정치’를 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칙에 기반한 협력보다는 거래적 계약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적인 이익이, 보편적 규범보다는 지역 패권국에 의해 형성되는 세계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며 “부유하고 강력한 자들에게만 특권을 부여하는 세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진영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치가 ‘철구 정치’의 파괴력을 키우고 있다고 봤다. 이민과 다문화주의, 성평등, 세계화 등이 미국을 쇠퇴의 위기에 빠트렸다고 보는 이들이 이른바 ‘페미니즘 이전의 백인 기독교’ 사회로의 회귀를 위해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과거를 되살리려는 이들의 분노와 기존 질서에 대한 광범위한 환멸, 그리고 개혁 능력에 대한 깊은 회의론이 결합되어 파괴, 혼란, 해체가 수용 가능한 정치 수단이 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됐다”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불도저와 쇠구슬, 전기톱을 휘두르는 이들은 더 이상 소외된 급진주의자로 취급받지 않으며, 최소한 용인되거나 은근한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서는 “미국의 안보 보장과 전략적 이익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의 패권에 맞서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역 국가들은 미국의 최근 행동이 그 목표와 모순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같은 기구가 없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미국의 개입을 끌어내려는 노력과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한 위험 완화라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뮌헨안보회의는 서방 외교안보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매년 독일 뮌헨에서 모여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 회의로 1963년 창설됐다. 지난해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를 찾아 유럽 국가들의 혐오 발언 규제를 맹비난하고, 극우 정당의 제도권 진입을 지지해 거센 반발을 샀다. 약 65명의 국가 수반과 정계, 학계, 방위 산업 관계자 450여 명이 참석하는 올해 회의에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대표단 최고위급으로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뮌헨안보회의#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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