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거는 방향이 위생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휴지 끝부분을 벽 쪽으로 향하게 설치할 경우,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미세 비말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연구진은 변기 물을 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의 이동 경로와 확산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저 시각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뚜껑이 없는 상업용 변기 위에 초록색 레이저 빔을 설치하고, 일정 거리에서 카메라 두 대를 이용해 물을 내리는 과정에서 튀는 입자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관찰 결과, 크기가 큰 물방울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5마이크론 미만의 미세 입자는 공기 중에 1분 이상 머무르며 위쪽과 변기 뒤쪽 벽을 향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입자는 변기 위 약 1.5m 높이까지 도달한 뒤 천장에 닿아 벽을 따라 화장실 내부로 퍼지는 모습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비말에 물뿐 아니라 소변·대변 입자와 함께 대장균, 녹농균, 노로바이러스, 레지오넬라균 등 병원성 미생물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물을 내려도 병원균이 변기 내부에 남아 있다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으며, 오염은 특히 변기와 가까운 측면 벽에 집중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두루마리 휴지를 벽 쪽으로 풀리게 걸어두는 방식이 위생상 불리할 수 있다. 휴지를 뽑는 과정에서 오염된 벽면과 접촉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휴지 끝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설치하면 벽과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안쪽 면이 먼저 드러나 세균 노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이 새 제품의 변기에 수돗물만 채운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실제 화장실처럼 대변이나 휴지가 함께 있을 경우 비말의 이동 경로는 달라질 수 있으며, 실험이 칸막이가 없는 환기된 실험실에서 이뤄진 만큼 공중화장실 환경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두루마리 휴지의 설계 역시 이러한 위생 논리와 맞닿아 있다. 1891년 두루마리 휴지를 발명한 세스 휠러가 특허청에 제출한 초기 도면에서도 휴지 끝부분은 바깥쪽을 향하도록 그려져 있다. 현재 국내외 호텔과 숙박시설에서도 청결 관리 차원에서 휴지를 바깥으로 거는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청소를 마친 뒤 휴지 첫 장을 삼각형으로 접어 두는 관행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는 청소가 완료됐음을 알리는 표시이자, 이용자가 오염되지 않은 휴지를 먼저 사용하도록 돕기 위한 위생 관리 방식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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