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의대 증원분 ‘지역의사제’ 우선 적용에… “의대 문 넓어져” vs “불리한 조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15일 04시 30분


수련병원-근무지 제약 등에 고민
입학 성적 따른 ‘낙인 효과’ 우려도
“의무복무 이후 지역 이탈 없도록
보상-지역 거점 병원 강화해야”

지방 대학병원 3년 차 레지던트 김모 씨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수도권 신도시에서 개원하는 게 목표다. 수련 중인 병원에 교수로 지원하거나 고향에서 일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자녀 교육 등을 고려하면 수도권에 자리 잡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환자 경험을 쌓는 데도 수도권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입시부터 의대 증원 인원을 100% ‘지역의사제’로 선발하기로 하면서 현장에선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 없이는 증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의대 증원을 반기면서도, 수련병원이나 근무지 제약 등 불리한 조건 탓에 ‘지역의사 선발 전형’ 지원을 고민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근무를 해야 한다.

● “의대 문 넓어져” vs “낙인 우려”

14일 입시업계 등에 따르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지역의사제를 통해 의대 입학 문이 넓어지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에 사는 예비 고3 권모 군(18)은 “현재 공대를 지망하지만 지역의사제로 의대를 갈 수 있다면 도전할 생각”이라며 “노후를 생각하면 10년 의무 복무도 괜찮다”고 했다.

반면 10년간 의무 근무가 부담이 돼 일반 전형보다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의무 복무 기간 등의 이유로 2년 전 의대 증원만큼 수험생 관심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며 “지난번엔 직장인 의대반도 개설했지만 이번엔 계획이 없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역의사 전형으로) 합격하더라도 근무지 제약이나 ‘낙인’ 우려가 없는 일반 전형으로 재도전하는 학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대 선발 전형이 ‘일반 전형’과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나뉘면서 입시 전략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의사제는 선발 인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 학생으로 뽑게 돼 있어 중학교 진학부터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학생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 “지역의사 보상 강화-정주 여건 개선 필요”

지방대학의 교육 여건이나 수련병원 규모를 고려하면 임상 경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충분한 실력을 쌓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중도에 지역을 떠나는 이탈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필수과의 경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 기간도 의무 복무 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문의 취득 후 5∼6년이 지나면 대거 이탈자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지역의사제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하위 법령을 통해 구체적인 의무 복무 지역과 기관 등을 규정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전문가들은 지역의사제를 통한 의대 증원이 효과를 내려면 의무 복무 이후에도 의사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지역의사니 공공의사니 해서 의사를 보충해도 시간이 지나면 도로 사라질 것”이라며 “문제가 생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역 의료 수가를 차등화해 지역의사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거점병원을 강화해 주민들이 서울에 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도 지역에 남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의대 증원#지역 거점병원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