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중구 실버영화관 ‘청춘극장’ 앞을 한참 서성이던 이기춘 씨(82)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춘극장은 전날 폐관했지만 이 씨처럼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어르신들은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2010년 문을 연 청춘극장이 지난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청춘극장은 서울시 지원으로 민간이 위탁 운영해 온 고령층 전용 문화공간으로, 2000원의 입장료만 받고 고전영화 상영과 노래교실 등을 운영해 어르신들의 문화 통로 역할을 해왔다. 남진, 조영남 등이 무대에 올라 관람객과 호흡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와 청춘극장 위탁 운영사 등에 따르면 청춘극장 관람객은 2023년 4만4238명, 2024년 5만3208명, 지난해 11월 4만8193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운영을 맡아온 업체 측은 “대관료는 상승하는데, 서울시 지원 예산은 계속 줄어들면서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운영사에 따르면 지원 예산은 2024년 6억6200만 원에서 지난해 5억9500만 원, 올해 5억 원 등으로 축소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고령층 대상으로 고전 영화를 틀어주는 유사 사업이 많고, 그나마 (청춘극장은) 영화 관람객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예산을 조정했다”라며 “다른 운영사를 선정해 악기와 연극 등을 가르치는 참여형 ‘누구나 청춘무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해명했다.
청춘극장을 10년간 빠지지 않고 다녔다는 심상애 씨(77)는 “사람도 만나고 노래도 듣던 삶의 낙인 공간이 사라져 일상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문했는데 문이 닫혀 있어 쓸쓸하다”고 했다. 극장 경비원으로 3년째 일했다는 공성호 씨(64)도 “이곳은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어르신들 삶의 리듬이었다”며 “토요일이면 가수 공연에 춤추고 가래떡 굽는 냄새에 웃음이 가득했다”며 섭섭함을 전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식적인 관계 형성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생활 밀착형 문화·복지 공간을 지속해서 보존하고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